▲ 오영수(왼쪽), 이호재(오른쪽) 배우가 연극 '불역쾌재'에 출연한다.

[문화뉴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러한 부제로 약 2시간 30분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연극이 공연된다. 26일부터 11월 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장우재 작·연출 '불역쾌재'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여기가 집이다'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과 희곡상, 2014년 '환도열차'로 동아연극상 희곡상, 공연과 이론 작품상, 2015년 '햇빛샤워'로 차범석 희곡상과 김상열 연극상을 받으며 매해 화제작을 만들고 있는 이야기꾼 장우재의 신작이다.
 
'불역쾌재'는 조선시대 문인 성현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에서 장우재 작·연출이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두 대감 '기지'와 '경숙'이 왕의 질문을 품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불역쾌재'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不亦快哉)"라는 뜻으로, 다산 정약용의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 중국 문인 김성탄의 '불역쾌재삼십삼척(不亦快哉三十三則)' 등 옛 선비들이 세상을 달랬던 시에서 따온 연극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연극계의 어벤져스'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50년 넘게 연극 무대를 지키며 10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 이호재와 오영수가 출연한다. 이호재가 맡은 '경숙'은 풍류를 즐기는 호인이며, 오영수가 맡은 '기지'는 실용학문의 대가로 서로 티격태격하며 극을 만들어간다.
 
   
▲ 이명행(위), 윤상화(아래)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여기에 두 대감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왕' 역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비롯해 연극 '푸르른 날에', '보도지침', '갈매기' 등에 출연한 이명행이, 두 대감을 호위하는 순수무사 '회옹' 역엔 '시련',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등에서 출연한 최광일이 연기한다. 이어 작품의 화자로 두 대감의 금강산 여정을 떠나는 두 명의 '사관' 역엔 '환도열차'의 주역이자 장우재 연출의 페르소나인 윤상화와 김정민이 등장한다. 김정민은 2015년 '햇빛샤워'를 통해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총 16명의 배우가 무대를 채울 준비를 마쳤다.
 
한편, 장우재 작·연출의 '불역쾌재'는 초반 20분만 살펴보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의 시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리면 이 나라가 밝아집니까?"라는 '왕'의 대사, 두 대감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른 모습은 하나의 선택만을 강요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연극이라는 매개로 보여준다. 연극이라는 문화예술 매개가 하나의 '시국선언'이 되는 것이다.
 
장우재 연출은 "'불역쾌재'는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려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두 대감이 문제를 풀기보다는 뜬금없이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우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수많은 질문을 보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바라보자는 의도를 담았다"며 "삶에는 어두움과 밝음이 같이 있음에도, 우리는 종종 밝음을 잊어버린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처럼 어두운 세상을 뒤집어서 밝게 보려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1막 장면 시연 후, 장우재 작·연출과 이호재, 오영수, 윤상화, 이명행 배우가 참석한 질의응답을 살펴본다.
 
   
▲ 장우재 연출이 작품의 집필 의도를 말하고 있다.
 
'불역쾌재'라는 제목을 설정한 이유는?
ㄴ 장우재 : 정약용의 시를 우연히 읽었다. 그리고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알게 됐다. 시를 읽은 감흥이 이 작품과 연결되겠다 싶어서 제목을 정하게 됐다.
 
두 명의 대감이 금강산으로 가는 여정에서 두 명의 '사관' 캐릭터를 화자 역할로 설정했다. 어떤 이유였나?
ㄴ 장우재 : '불역쾌재'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이야기했다. '이 또한'은 어떠한 무언가를 내포하는데, 표현은 '즐겁지 아니한가'가 된다.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 이 세상의 많은 사건이라는 의미가 있다. 어떠한 '팩트'를 두고 시각이 다른데, 그것에 대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자는 관점으로 '사관' 인물을 설정해봤다. 또한,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기 위해 화자의 필요성도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생각나는 장면도 등장한다. 작품에 나오는 '정치적 비판'은 '일부러' 넣게 된 것인가? '일부러'가 부정적으로 쓰일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의도로 보인다.
ㄴ 장우재 : 어떠한 일이 생각나는 것이 원래의 의도는 아니다. 핵심적으로 내가 이 작품을 쓰려고 한 이유는 1막 초연에도 나온다. 무언가 문제가 있고 아픔이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연극은 어떠한 철학으로 극복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답을 구하고자 한다. 그 답을 구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의 문제가 빨려 들어오게 된다.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일부러'라는 말은 자기 자신의 마음, 상대방을 대할 때 예의, 정치적 행동을 가정할 수 있다. 이것을 나쁘게 쓰는 '일부러'가 있을 것이고, 껄껄껄 웃으면서 여는 마음으로 푸는 '일부러'가 있을 것이다. 그 둘을 다르게 보려고 했다. 정치적 의도로 기준선을 둔다면, '기지'나 '경숙' 대감은 그것을 통으로 열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사용하도록 접근하고 있다.
 
   
▲ 이명행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두 대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왕'을 연기했다.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이명행 : '왕'은 '기준직'(조판수), '기준호'(유성주)로 대변되는 현재 정치적 상황과 두 대감으로 표현되는 가고 싶은 이상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이다. 처음에 연출님께 인물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햄릿'과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나 인물 관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런 고민의 값을 공유하는 걸 끝까지 해보려 한다. 이 작품은 어두움을 뒤집어 밝음을 보는 공연이라고 했다. 그것을 가장 체화하는 인물이다. 어두움에 있지만, 끝내 밝음으로 가는 인물이다. 희망 있게 '왕'을 연기하고 있다고 본다.

장우재 연출의 페르소나라고 말을 듣는다.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ㄴ 윤상화 : 개인적으로 장우재 연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장우재 작·연출의 오래된 친구다.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같은 게 있다.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한다. 생활 철학이 있는데,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어른들한텐 죽어야 살지"라는 '역'된 말을 붙여서 주고받고 한다. 장우재 작·연출이 작품에서 그런 걸 녹여내려는 것 같다. 현재의 시대적 배경도 그렇다 보니, 적극적으로 그런 말이 들어왔고 시도한 것 같다.
 
   
▲ 윤상화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대감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으려 했는가?
ㄴ 오영수 : 장우재 연출한테 출연 의뢰를 받고, 시나리오를 봤다. '기지'라는 인물은 가장 정체된 이 사회에서 뚫고 나와야 하는 국민의 의식과 열망을 지향한다. 여기에 '경숙'도 지향하는 길이 있다. 양극화 현상이나 사회정치적 현상이 그렇다. 둘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지향점을 찾아가고자 한다. 오늘도 아침에 나오면서 느낀 것이 있다. 이 사회가 너무나도 어지러운데, 연극이 더욱 나은 사회를 구현하는 디딤돌이라고 본다. 관객이 작품을 보면서 좀 더 많은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이호재 : 지금은 1막만 시연했는데, 2막에서 작품을 보시면 다 나올 것이다.
 
장우재 : 두 대감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2막에 등장한다. 작품이 아무래도 난해할 수 있는데, '기지'와 '경숙' 대감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박상봉 무대 감독은 "처음의 구상은 좀 더 복잡하고 거창했다. 연출가와 이야기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비워나갔다"고 밝혔다. LG아트센터라는 대극장 무대를 그렇게 비워나간 이유는?
ㄴ 장우재 : 나 자신이 무대를 현란하게 채우는 재주가 없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주목표고 전략이었다. 배우와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 부분을 최소화하자고 해서 그렇게 진행을 했다.
 
이호재 : 무대 감독에게 허락을 맡을 수 있으면 한 번 올라와 보라고 하고 싶다. 이 무대가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