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야구 재학 시절에는 국가대표, 교사 재직 이후에는 '국가대표급 해설위원'

▲ 2009 시즌을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하일성 당시 KBO 사무총장. 필자가 직접 촬영한 하 총장의 유일한 사진이기도 하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한때 KBS에서는 각계 유명 인사들을 모아 '스타 골든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연예인들은 말할 것 없고, 스포츠 스타를 포함하여 예비 정/재계 인사들도 참여하여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준 바 있다. 바로 그 프로그램에 '스타 해설위원' 자격으로 참가한 이도 있었다. 당시 KBS에서 야구 해설위원을 맡고 있던 하일성 前 KBO 사무총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도전 골든벨' 형식을 빌려 진행된 스타 골든벨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켰던 하 위원은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서 발목이 잡히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는데, 그것은 '현재 출연하고 있는 인사들의 이전 직업'을 묻는 문제였다. 여기에서 하일성 위원의 이전 직업은 '야구 선수'로 표시됐다. 당연히 하 위원은 자신의 전직을 야구 선수로 알고 다른 보기를 선택했다. 그러나 정답은 하일성 위원, 본인이었다. 야구 선수는 학생 시절에 했을 뿐, 대학 졸업 이후에는 고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하 위원은 탈락을 하면서도 "아니, 어떻게 내 문제인데 내가 틀려!"라고 말하여 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8일,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故 하일성 사무총장,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 야구 보여주는 남자 26번째 이야기는 故 하일성 사무총장의 추모에서부터 시작된다.

야구 그 자체였던 사나이, 故 하일성

성동고-경희대 졸업 이후 줄곧 교사로 근무했던 하일성 총장은 사실 학생야구 시절,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될 만큼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그의 현역 시절 모습을 기억하는 한 야구팬은 "당시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허구연도 잘하고, 훗날 최동원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선수는 하일성이었다. 국가대표 유격수로 활약하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특히, 수비를 참 예쁘게 잘했던 것 같다."라며,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던 사실을 들려주기도 했다. 만약에 월남전 참전이나 교사 근무 경력이 없었다면, 금융권이나 대기업에서 실업 야구를 경험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KBS '승승장구' 프로그램, 김성근 감독 편에 출연했을 때에는 자신이 해설 위원으로 데뷔했던 뒷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당시 방송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던 김 감독의 후임으로 자신이 선택되어 해설을 시작했고, 그것이 30년 해설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형(김성근 감독)이 어찌 보면 내 은인"이라며 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마이크를 잡은 이후 KBO 사무총장으로 부임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신상우 총재 후임으로 '비 정치권 인사'를 총재 후보로 선임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을 때에는 문화체육부에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한 인사를 추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당시 명지학원 이사장이었던 유영구 총재 선임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또한,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사령탑 선임 역시 하일성 총장의 결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한화 사령탑으로 재직 중이었던 김인식 감독을 설득하기 위해 구단에 양해를 구하는 일을 선행했고, 이후 김인식 감독과의 독대를 통하여 끝내 승낙을 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사령탑 선임 문제를 두고 현직 감독들이 난색을 표하던 때였다.

당시 김인식 감독은 "아니, 작년 우승팀 감독(김성근 당시 SK 감독)도 있고, 올림픽 금메달 감독(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도 있는데, 어쩌다가 나한테까지 오게 된 거야!"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1회 대회(2006 WBC)때처럼 국가대표급 코칭 스태프가 꾸려진다면, 승낙을 생각해 보겠다."라면서 조건부 허락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는 한편, "사실 하 총장이 심장에 문제가 있어 술을 먹지 않을 때였다고. 그런데 하루는 나를 찾아와 맥주 글라스에 소주를 부어 막 마시는 거야.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나더러 대표팀 감독을 꼭 맡아 달라는 거야. 안 된다고 했는데도 이 친구가 원래 막무가내거든. 결국, 넘어갔지 뭐."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회 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김인식 감독을 선임한 뒷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야구 해설가로, 야구 행정가로 승승장구했던 그였지만, 그 마지막은 정말 안타까움만 가득했다. 이는 하일성 총장이 한 사람을 너무 깊게 믿었고, 그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른 까닭이기도 했다. 빌딩 매각 과정에서 매각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양도세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것이 치명타였다.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라는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사기 혐의로 피소를 당했던 것도 모두 금전적인 문제에서부터 비롯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비참함을 넘어서 너무 가혹한 것이었다.

흔히 하일성 총장을 가리켜 세간에 떠도는 말이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죄'에 대한 시작도 사실 자신이 굳건히 믿고 있던 한 사람에게서 비롯됐고, 그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까지 잊어서는 곤란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이제 경험에서부터 비롯된 그의 구수한 입담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일 부음이 전달된 이후 오늘(10일)은 하 총장의 발인이기도 하다.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故 하일성 총장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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