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청소년 연극 '방과 후 앨리스'의 이민지 연출, 김예준, 김희 배우를 만났다.

9월 3일부터 10월 30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방과 후 앨리스'는 중학교 시절 단짝이던 '남열'과 '고현'이 어느 날 각기 다른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갔다가 교실로 돌아가는데, 교실 문을 열자 그곳은 평소 마주하던 교실이 아닌 이상한 공간으로 빠져 청소년 고민상담소 '앨리스'를 담당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연극 '방과 후 앨리스'는 2014년 청소년극 페스티벌 'B성년 페스티벌'을 통해 작품성을 검증받아,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순회사업 '신나는 예술여행'에 선정되며 전국 10여 개의 학교를 방문하여 4,5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공연을 선보이며 학생 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심각하고 무겁게 청소년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나간 여타 작품들과 달리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청소년의 시각에서 접근한 연극 '방과 후 앨리스'는 청소년을 비롯해 성인과 교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보내는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의 '방과 후 앨리스' 연습실을 찾아 이번 작품을 연출한 이민지 연출과 '남열' 역의 김희 배우와 '고현' 역의 김예준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공연 연습 중인 이민지 연출(좌)과 배우들.

연극 '방과 후 앨리스'가 어떤 의의가 있는 작품인지 궁금하다.

ㄴ 이민지 연출: 작가의 말에도 적혀있는데 '청소년 연극'이 무언가란 생각을 많이 했다. 청소년을 위한 것인지, 청소년을 다룬 것인지, 청소년이 나오는 것인지. 정의가 뭘까 하고 고민해서 청소년 연극을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이 작품이 특별히 끌린 이유는 계몽적이지 않았다. '청소년은 이래야 해'라고 말하지 않았던 점이 좋다. 저희도 청소년 시절을 돌이켜보면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고 하거나 "내가 다 아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나. 전 예전에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대화하는 것만으로 좋아하더라. "화장하면 안 돼" 라기보다 "화장했네. 왜 했을까? 어디서 샀어? 예쁘네. 화장 안 해도 예쁜 것 같아" 이런 식을 좋아하지. 강압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면 적대감을 느끼고 불편해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이 작품이 청소년이나 혹은 성인이 봐도 좋을 거라 생각한 게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점도 좋고 아이들이 하는 고민도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있다. 요새는 직장 내 왕따도 많아지면서 성인들 사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게임중독 같은 점도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학생들의 성적 스트레스나 성인들의 취업, 결혼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들이 보면 과거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내 고민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지점에서 '방과 후 앨리스'는 나름의 방법을 알려주지만 그게 곧바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점이 맘에 든다. 하란 대로 잘 되면 우리가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렇지만 고민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들이 우린 이렇고, 우리 문제는 이렇지만 "우린 잘 크고 있다"라고 말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 참여한 계기는 어떻게 됐나. 오디션을 봤나.

ㄴ 김예준: 물론 오디션을 봤다. 사실 '방과 후 앨리스'에 대해선 사실 잘 몰랐지만, 이 작품이 알아보니 상도 타고 좋은 작품이더라.

ㄴ 김희: 극단(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이 유명하지 않나. 좋은 극단, 좋은 프로덕션이란 말은 그만큼 좋은 사람들이란 의미다. 그래서 여기선 뭐라도 배울 수 있다 생각했다. 아니나다를까 왔더니 배울 것도 많고 사람들도 좋다. 배우들 케미도 다들 잘 맞는다.

ㄴ 김예준: 극단이 양질의 공연만 올리기로 유명하다. 그게 가장 컸다. 이런 작품의 일원이 돼서 함께한다는 게 정말 영광이고 감사하다.

   
 

특별히 어느 순간 연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는지. 청소년 시절엔 어땠는지.

ㄴ 김예준: 연기를 꼭 하고 싶다 라기보단 무대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래서 춤도 좋고 노래도 좋았다. 무대에 서려면 뭔가 잘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 연기를 접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연극과 진학 후에도 고민하고 두려웠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꼈다.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하며 살고 싶다.

ㄴ 김희: 그저 '해보고 싶어서' 시작을 하게 됐다. 하다 보니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고 계속하다 보니 연기를 좋아하게 됐다. 지금은 이 일을 너무 사랑하게 됐다. 저는 연극과 진학했지만, 한 학기 다니고 자퇴했다. 확고한 연기관이 생겼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내 마음대로 이기적으로 할 순 없지만, 자유롭게 연기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빨리 현장에 나가고 싶었다. 수업, 연습, 예행도 좋지만, 현장에서 배우고 싶었다. 저는 매를 맞아야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서 빨리 뛰어들었다.

김예준, 김희. 두 배우 칭찬을 한마디 해주신다면.

ㄴ 이민지 연출: 김희 배우는 캐치가 빠른 친구다. 뭔가 해야 할 때 빨리 캐치해서 하는 능력이 있다. 팀에서 막내급이지만, 분위기를 흥겹게 만드는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귀여움을 잔뜩 받고 있다. 포켓몬 같다는 말을 듣고 있다. 잡고 싶다는 배우들의 의견이 많다(웃음) 김예준 배우는 머리가 좋다. 그래선지 때론 생각이 너무 많지만 그만큼 잘한다. 외모는 순둥하지만 말에 거침이 없다. 매력적인 친구다.

   
 

작품 포스터가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ㄴ 김예준: 포스터를 보시면 어디가 위아랜지 정해지지 않았다. 포스터를 뒤집어서 보면 아이가 똑바로 서 있고 똑바로 보면 삐뚤어져 보인다. 어릴 적에는 뭐가 옳고 그르다는 기준 없이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너는 내 말을 잘 들으니 잘 따라오고 있다. 쟤는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으니 틀렸다'라고 하지 않나. 꼭 그렇진 않다는 점이 느껴지는 포스터다.

ㄴ 김희: 학생들이 모여있지 않나. '방과 후 앨리스' 대사 중에 '내 꿈인데 내 마음대로 꾸면 또 혼나. 그러니까 지으라고 하는 거지. 어른들 입맛에 맞게.' 라는 대사가 있다. 포스터도 자유롭지 못한 학생들을 표현한 것 같다.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는 것들. 계속 끝없는 계단을 오르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나. 꼭두각시마냥 어른들이 시키는 마냥 내 존중, 내 의지가 없는 그런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 어른들 입맛에 맞춰 살아가는 모든 청소년의 모습 같다.

작품 내용도, 등장인물도 본격 '청소년 연극'이다. 청소년의 시각을 잘 담아내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했는지.

ㄴ 김예준: 무작정 '이때는 이래야 한다'라는 모범 답안이 있지 않나. 그런 것을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청소년 극이라고 해서 너무 연령대를 얕게 생각하고 만들면 재미없을 수가 있다. 깊은 의미를 담아서 연기한다거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해준다'기보단 주 관객층인 학생들이 그냥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ㄴ 김희: '청소년이 관련된 극이기에 청소년처럼 연기해야지 청소년처럼 고민해봐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단 지금의 제 시점에서 먼저 생각해봤다. 대본을 읽었을 때 각 인물이 누구를 만나서 성장하는지. 나는 누굴 만나서 어떤 이유로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고민했다. 극에 집중하면서도 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빗대서 본 것 같다. 예전의 내가 만일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부모님께 말할 수 있을까? 못했을까? '상상'을 많이 했다. 많은 게 표현된 무대가 아니기에 배우가 뭔가 보고 상상하고 연기할 때 관객들이 우릴 보고 믿게끔 해야 한다. 내 청소년 때 했던 상상들을 하려 했다.

   
 

교복 입고 학생 역할을 연기하는 기분은 어떤지(웃음).

ㄴ 김예준: 저는 무척 신선하다. 배경이 현대 시점인 작품에서 학생 역을 해본 적이 없다.

ㄴ 김희: 저는 독립영화를 찍으며 많이 해봤다.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기보단 영화에선 대부분 고등학생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역이 많았다. 고민을 듣고 '그래? 그래.' 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상상을 많이 하고, '왕따', '효녀', '범생', '덕후' 같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그를 통해 성장하고. 이런 형식의 작품을 할 일이 없었다.

ㄴ 김예준: 제 학창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저도 고민이 많았다. 진로나 친구,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ㄴ 김희: 저는 개구쟁이였다. 저도 꿈에 있어서 부모님과의 대립이 많았다. 그래서 '효녀'가 나올 때 공감이 많이 된다.

연습을 잠시 지켜봤는데 무척 밝다. 공연 연습하는 분위기가 평소에도 이런지.

ㄴ 김예준: 무척 밝고 즐겁다. 공연 자체가 침침하고 어두운 느낌이 아니다. 저희가 쳐지거나 하면 연습하는 과정이 다운될 수 있지 않나. 그래선지 다들 기분 좋게 임하려고 하고 오디션 통해 처음 본 사이지만 그래서 더 친해지고 알아가려고 한다.

연습 기간이 어느 정도 됐나. 얼마나 남았는지.

ㄴ 김희: 다른 작품에 비해 짧은 편이라 개막까지 쉬는 날 없이 달리고 있다. 열흘 정도 남은 것 같다.

ㄴ 김예준: 사적인 자리에선 재밌는 일들이 많은데 연습 때는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학생들을 다룬 작품들이 진지했다면 '방과 후 앨리스'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ㄴ 김희: 한 명이 진지해지면 한 명이 잡아주고 한다. 극이 '방과 후 앨리스'지 않나. '앨리스'란 이름부터 어떤 이미지가 상상이 된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 청소년을 다룬 작품이 다들 진지하게 풀고 있지만, 우린 유쾌하고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재밌게 볼 수 있게끔 풀려 한다. 하지만 전하고 싶은 말은 정확히 하고 싶다. 그것만 된다면 관객들도 공감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ㄴ 김예준: 학생들이 많이 봐주면 좋겠다. 개개인 입장에선 작품의 이야기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우리 작품을 관람하는 것 자체는 부담 없이 보게끔 하고 싶다. 작품이 무거워지려 하면 뒤집어지고 뒤집어지고, 이런 분위기가 있다.

ㄴ 김희: 그렇게 만드는 것은 배우의 몫이라 생각하고 작품이 좋은 공연이니만큼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청소년 작품이란 선입견에 성인 관객이 보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ㄴ 김희: 저희가 최대한 분위기를 맞추고 있다. 청소년들도 유치한 '청소년 작품'은 싫어하지 않나. 그렇기에 청소년과도 눈높이를 맞추며 성인 관객이 유치하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 청소년을 다룬 문제라고 해서 재미없을까 하는 건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열심히 맞추고 머리 맞대가며 만들고 있다.

ㄴ 김예준: 내용 자체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만한 고민거리를 다루고 있다. 성인 관객이 보셔도 가볍게 보면서 인물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ㄴ 김희: 여러 인물이 등장해서 다방면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극이라 걱정 없다.

   
 

나에게 '방과 후 앨리스'란?

ㄴ 김예준: 김예준이란 인간으로 봤을 땐 제가 올해 2월에 대학 졸업하고 사실상 첫 공연이나 다름없기에 시간 투자도 많이 하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공연도 저도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ㄴ 김희: 연극을 몇 편 했었지만 제 경력은 독립 영화 위주였다. 그러다 좋은 기회가 와서 연극에 임하게 됐는데 작품 홍보도 하고 이렇게 기사도 나가고(웃음) 사실상 제 이름을 알리는 첫 작품이다. 제 이름이 걸린 만큼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작품 하고 싶다. 제게 있어 의미 있는 첫 스타트다.

'방과 후 앨리스'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김예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도 그땐 그런 고민이 나를 뒤덮고 있는 큰 문제고 세상 전부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니더라. 저희가 무겁지 않게 공연하는 만큼 청소년들도 작품 보시며 그런 고민을 가볍게 가져갔으면 좋겠다. 성인들이라면 지난 옛날의 자기가 앓았던 고민, 하지만 극복한 그런 짐들이 있지 않나.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그때의 고민이지 않나. 그런 만큼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전해주고 싶다.

ㄴ 김희: 저는 청소년을 따로 구분하고 싶지 않다. 관객들이 극을 볼 때 청소년 때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스트레스가 있는지 잘 보여줘서 누군가는 거기에서 좀 치유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재미있는 작품을 즐기게끔 하고 싶다. 그런 뒤 귀가할 때 '난 청소년 때 저런 고민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게끔 하고 싶다. 치유와 회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달은 저희의 몫이니만큼 관객분은 그저 즐겁고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올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이민지 연출: 청소년이나 20대, 선생님들이 주로 보러 오실 텐데 계몽적으로 하려는 연극이 아니므로이 작품에 박수를 보내시지 않을까. 마지막 장면에 보면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생길까?', '어른이 되면 슈퍼맨이 돼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저도 청소년 때 비록 한낱 고등학생이지만(웃음) 불의에 저항하고 멋진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그저 돈에 매여서 갑을병정의 정이 되는 생활을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남아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방과 후 앨리스'를 만든다. '우리가 잘 성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좋겠다. 금방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도 잘하고 있다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는 점을 아셨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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