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끝나기 전 상대 수비 방해, 그라운드 오물 투척 등 '잔칫상에 재 뿌려'

▲ 휘문고 선수들은 봉황대기에서 역대급 승부를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 막판, 조그마한 판단 미스로 명승부에 흠집을 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린 학생들을 향하여 물병을 던진 '어른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지난 16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는 '제44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한창이었다. 충주 성심학교를 포함하여 전국 고등학교 야구부들이 모두 출동한 이번 봉황대기에서 결승에 오른 주인공들은 서울 대표 휘문고등학교와 전북 대표 군산상업 고등학교였다. 각자 전국의 강호들을 제치고 결승전에 오른 만큼, 객관적인 전력이라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팀이 빠른 시간 내에 기선을 제압하고, 더욱 집중력있게 경기를 이끌어 가느냐의 여부였다.

예상대로 승부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아니, 치열함을 넘어선 '절박함'까지 느껴졌다. 정규 이닝이 종료되었을 때 양 팀의 스코어는 3-3. 전국무대 결승전을 9회에서 끝내는 것은 아쉽다는 듯, 양 팀의 연장 승부는 무려 13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맞이한 13회 말 휘문고 공격. 휘문고는 상대 마운드를 공략하여 1사 만루 찬스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10회부터 이어진 연장 승부가 무득점으로 끝난 것을 감안해 보았을 때 14회 연장 승부도 준비해 둘 필요가 있었다.

바로 그때, 타석에 들어 선 3학년 고명규의 타구가 좌익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타구 자체가 얕아 3루 주자가 홈으로 태그 업 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휘문고 이명수 감독은 바로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그 모험은 그대로 성공으로 이어졌다. 3루 주자의 득점이 성공한 것이다. 4-3 휘문고 승리. 정동현(KIA)을 앞세워 봉황대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다시 같은 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른 순간이었다. 시즌 전부터 "올해 꼭 모교가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던 이정후(넥센)의 바람이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 열 네 번째 이야기는 바로 봉황대기 결승전에서부터 시작된다.

역대급 명승부에 '흠집'이 났던 순간, 반성이 필요한 때

분명 13회까지 이어진 승부는 역대 고교야구 결승전을 돌아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승부였음에 틀림없었다. 명품 투수전도 볼만했고, 앞서가면 다시 따라가는 양 팀의 타격전 역시 야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묘한 재미이기도 했다. 13회 말, 무사 만루 찬스를 맞이했던 휘문고 공격까지는 그러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문제였다. 무사 만루라는 천금 같은 기회에서 5번 김재경이 타석에 들어섰다. 희생타 하나만 기록해도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이에 김재경은 좌전 안타로 3루 주자 최경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무리할 수 있다'는 표현이 '마무리 되었다'라는 완료형은 아니었다. 경기를 끝냈다고 생각한 휘문고 선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 나와 3루 주자 최경호와 몸을 부딪힌 까닭이었다. 그것도 홈 플레이트를 밟기 전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은 채 경기 종료를 알렸다.

바로 그 순간, 군산상고 석수철 감독이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었다. ① 3루 주자가 홈을 밟지 않은 상황에서 휘문고 선수들이 일제히 뛰어들었기에 명백한 수비 방해라는 것, ② 3루 주자가 홈을 밟기 전 동료 선수와 부딪혀 넘어진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정작 홈을 밟지 못했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었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종료하는 데에만 애를 썼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심판 위원장)가 나서서 '규약상 3루 주자의 아웃이 맞다'는 점을 확인시키면서 휘문고의 득점은 '없던 일'이 됐다. 고교야구에서 보기 드문 '판정 번복'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서 세 가지 안타까운 점이 발견됐다. 첫 번째가 휘문고 선수들의 태도였다. 끝내기 안타라 생각하고 그라운드에 일제히 뛰어나왔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프로 선수들의 '흉내'를 내려고 물까지 뿌리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어린 선수들이 크게 간과한 것 중 하나가 '득점을 완전하게 확인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승을 했어도 충분히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이었음에 틀림없었다. 특히, 그라운드를 '교실'로 생각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 이 행동은 마치 '교실에 선생님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이리 저리 날뛰는 것'과 다를 것 없었다. 분명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하나는 심판들의 태도였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규약집에 나와 있는 대로 명백하게 판정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경기가 늦게 끝나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는지, 심판진은 어떻게든 경기를 끝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만 보였다. 판정이 번복되면서 오히려 석수철 감독이 올바른 항의와 지적을 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지막 하나는 야구를 관전하는 어른들의 태도였다. 응원하는 학교에 대한 판정이 잘못 되었다 해도 '그라운드 안에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학부형이 난입하여 교실에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와 다를 것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응원단이 무단으로 투척한 병에 휘문고 학생이 맞아 부상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이로 인해 이 선수는 방송에서 잡히지 말아야 할 장면까지 노출하여 한때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순간만큼은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치열한 승부 속에 막을 내린 제44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대한민국 학생야구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휘문고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13회 말 직후 연출됐던 '유쾌하지 못한 장면'에는 마땅히 회초리를 들어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회초리'를 드는 어른들도 과연 떳떳하게 교실(그라운드)에 들어설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도 자문해 봐야 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