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폭염주의보가 계속되고 있는 한여름이다. 은행이 최고의 피서지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런 날엔 시원하게 냉방이 되는 실내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고다. 이렇게 더위를 식히면서 마음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게다가 맥주도 한 잔 할 수 있는 곳, '카페 파스텔'이다.

 

   
 

'카페 파스텔'은 문학과 음악이 만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에피톤 프로젝트, 짙은, 한희정 등의 뮤지션이 소속된 파스텔 뮤직이 직접 꾸민 곳이다. 크게 카페 공간, 음반 및 콜라보 편집샵 '프렌테(Frente)',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Wit n cynical)', 강연이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우드톤의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신촌기차역 경관이 한눈에 보이는 통유리창 덕분에 아늑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프렌테'는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온 바이닐과 파스텔 뮤직 소속 뮤지션의 음반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음반샵이다. 에피톤 프로젝트, 짙은부터 참깨와 솜사탕, 오오오(O.O.O)까지 다양한 뮤지션들의 감각적인 앨범이 비치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국내외 아티스트 및 소품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소품도 판매하고 있다. '루시아'와 입욕용품 브랜드 '한아조', '짙은'과 패션 양말 브랜드 '그린블리스' 등 서로의 콘셉트에 맞는 콜라보 제품을 제작해온 파스텔 뮤직인 만큼, 다채로운 디자인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이곳은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등을 발간한 시인 유희경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약 1200여 권의 시집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시를 알고 사랑하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시에 익숙하지 않지만 관심을 가지는 예비 독자들도 언제든지 찾아와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카페 파스텔'에 샵인샵 개념으로 입주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유희경 시인은 시가 어렵다는 편견이나 거부감을 가지기 말고 마음에 내키는 책을 이것저것 골라보며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 것을 추천한다. 시를 한 편씩 찬찬히 읽다보면,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에 꼭 들어맞는 작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은, 김애란 등의 작가들이 추천하는 시집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시가 두렵다면, 이 공간에 상주하고 있는 유희경 시인에게 직접 큐레이션을 받을 수도 있다. 요즘의 기분, 좋아하는 음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그 사람에게 가장 잘 맞을법한 시집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한편, 여러 가지 강연과 수업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처음학교'는 요즘 화제가 되는 분야, 혹은 숨겨져 있으나 흥미로운 분야의 강의를 진행한다. 뮤직비디오 제작, 바느질, 사진 촬영, 도서 편집자 되기 등 다채로운 분야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 파스텔'에서는 김소연, 이병률, 황인찬 등의 시인 낭독회와 헤르쯔 아날로그, 짙은 등의 공연 역시 진행되고 있으니, 별 생각 없이 들렀다가 마음에 쏙 드는 프로그램을 만나는 일도 가능할 것만 같다.

 

   
▲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필자가 궁금해하던 '대동강'도 만날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좋은 음악과 시집이 있더라도 맛있는 음식이 빠지면 섭섭하다. 이곳의 카페 공간에서는 커피, 에이드 등의 음료부터 국내, 해외 맥주도 판매하고 있어, 각자의 취향과 입맛에 따라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반질반질 먹음직스러운 빵과 함께한다면 이곳이 천국이지 않을까. 카페 공간이 꽤 넓어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거나 혼자 작업을 하기에도 좋다. 눈치 보지 않고 얼마든지 머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이렇게 현대판 무릉도원과 같은 공간을 음반 기획사가 만들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협업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추세를 정확하게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단순한 매니지먼트사를 넘어,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는 파스텔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