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도 제외한 생환자들, 머리 깎고 사원서 9일간 승려 체험

동굴에 고립됐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태국 유소년 축구팀이 불교 의식을 치른 후 일상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문화뉴스] 태국 치앙라이 동굴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던 소년들이 불교 귀의 의식을 치를 예정이다.

22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생환한 태국 소년들과 코치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승려로 생활한다.

13명 중 유일한 기독교인 아둔 삼온을 제외하고, 12명은 24일 삭발을 할 계획이며 이튿날 승복을 입고 사원에 들어가 9일간 승려로 지낼 계획이다.

태국은 불교도가 주류로 남성들이 불교 귀의 의식을 통과의례처럼 치른다. 의식에 참여하는 남성들은 법명(法名)을 받으며 계율에 따라 생활하고 명상 수련도 한다.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이 군의관인 팍 로한스훈(두번째줄 오른쪽 세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치앙라이 불교계 책임자인 쁘라푼 콤조이는 "13명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가운데 1명의 기독교도를 제외한 소년들은 각자 다른 사원에 들어가 머무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년들은 동굴에 갇혀 지내던 중 승려 생활을 경험한 엑까뽄 찬따웡(25) 코치의 지도에 따라 명상을 하며 배고픔과 공포를 이겨낸 바 있다.

또한 이들은 병원 치료를 받은 후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갔다가 숨진 태국 네이비실 대원 사만 쿠난을 추모하기 위해 사원에 들르기도 했다.

앞서 태국 정부는 소년들과 가족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구조된 순서를 비롯한 상세한 구조 과정과 소년들의 건강 상태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모든 생환자가 참석한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소년들의 사생활과 사고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앞으로 개별적인 언론 접촉을 삼가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소년들과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해 논란이 됐다. 

타왓차이 차관보는 "그 인터뷰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일부 질문은 소년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공포를 끌어낼 수 있다. 특히 이들의 구조 과정에 어떤 약품이 쓰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그렇다"라고 비난했다. [유튜브 캡처]

소년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abc 기자는 소년들에게 구조 당시 상황, 동굴 안에서 했던 생각, 어떤 약품을 먹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타왓차이 타이쿄 태국 법무부 차관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태국 언론은 협조하고 있는데 외신은 소년들과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한 요청을 무시했다.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잘못된 행동이다. 소년들의 부모는 (언론 인터뷰로 인해)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의 권리와 미성년자 보호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던 외신들이 실제로는 기준을 지키는데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슬프다"라고 말했다.

쁘라촌 쁘랏사꾼 치앙라이 지사는 언론 인터뷰 금지 원칙을 깨고 생존자들과 그 가족의 생활을 방해하는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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