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영화 '마약 전쟁'(감독 두기봉)을 원작으로 한 '독전'(감독 이해영)이 22일 개봉했다.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의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이 나타나면서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영화 '독전'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개봉 다음날인 23일 오후 기준, 예매율 35.6%로 '데드풀 2'를 넘어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뉴스가 '독전'에서 '락' 역을 맡은 배우 류준열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악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락’이라는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서 고민한 게 있다면?

ㄴ 첫 시나리오를 읽고 ‘락’이라는 인물을 들여다봤는데 일단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했던 인물들과는 다른 인물이고 대사도 없고 감정 표현도 하지 않는다. 기존의 인물들은 그러지 않아서 어떻게 풀어볼까 고민했었다. 나름대로 준비하면서 잘했던 것과 잘해왔던 것들, 안전하게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현장을 갔는데 1~2회 차에서 감독님과 이견도 있고 NG 있었다. 대화를 많이 했는데 요구 받은 것은 그런 지점보다 감정적으로 충실하고 스크린에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말씀해주신다고 덜컥 알아들을 수 있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 애를 먹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기존의 것을 다 내려놓고 감정적으로 가는 걸로 기간을 보냈는데 감독님에게서 ‘오케이’ 소리가 자주 나오고 그러니까 놀리시는 줄 알았다. 시원하게 얘기해주시니까 불안한데 한 번 더 가자고 해도 좋다고 하셔서 ‘시간이 없는 건가? 왜 그러시지?’라고 생각했다. 하다 보니까 어떨 때 ‘오케이’이고 어떨 때 ‘NG’인지 아는 시간이 생겼다. 감정적으로 품고 있고 집중하면 ‘오케이’ 였고 집중이 흐트러지면 여지없이 ‘NG’ 소리가 났다. 연기할 때 이런 재미가 있구나 했다. 진웅 선배님과 감정을 교류하는 씬에서 ‘컷’ 소리 났을 때 고개 끄덕거려주시면 ‘오케이’였다. 둘이 ‘컷’ 소리 났는데 뭔가 안 맞는 것 같으면 ‘NG’였고 짜릿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는 게 이런 재미가 있구나 싶었다. 그 전에 연기나 작품에 임할 때 흔히 얘기하는 ‘역할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컷’ 소리 못 듣는’ 그런 거에 공감을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 찍으면서 뭔가 모르게 답답하고 어렵고 외롭고 공허하고 그런 감정들이 계속 들었다.

 

다음에 코미디 영화 해야겠다, 몸 축나겠다 싶었다. 심리적으로 힘들고 허하고 농담 안했다. 웃고 떠들고 즐겁게 있는 편인데 그런 농담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씁쓸하고 뭔가 그런 순간들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얻어가는 게 있다면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고 그런 것에 있어서 어떤 쪽에 가깝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선택이 어려웠다. 치우치는 지점이 있긴 한데 보통 시나리오 받으면 모든 게 시나리오에 있듯이 여러 가지 분석하고 인물을 창조해가는 과정에서 전사가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전사가 전혀 없는 인물이다 보니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막막했다. 전사가 없는 게 또 전사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 인물을 좀 찍으면서 알아가보고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내가 ‘락’이라는 인물의 가장 큰 숙제이자 풀고 싶은 숙제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돌아보고 찾고 싶은 느낌인 것 같다. 호적상이나 어디 출생 그런 의미보다도 심리적으로 ‘나란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락’이라는 인물을 찾아갔던 것 같다. 저 안에서 ‘류준열’과 ‘집에 있는 류준열’이 다르듯이 내가 누군지 궁금한 느낌을 연관 지어서 고민해본 흔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는데 ‘원호’가 나타난거다. ‘원호’라는 인물이랑 계속 같이 다니다 보니까 ‘원호’라는 사람이 궁금한데 ‘원호’도 전혀 전사가 없다. 자식이 있는지 부모가 어떻게 됐는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하나 딱 남는 게 ‘원호’도 전사랍시고 있다면 ‘이선생을 수년간 쫓아온 인물’이다. 그러고 나서 돌아보니까 ‘원호’가 팀원에게 박하고 정도 없고 ‘이선생’만 찾아서 온 사람인데 ‘이 사람 뭔데 날 쫓고 찾고 싶고 그럴까?’ 이거에 대해서 고민이 들었다. 어쩌면 이 사람이 나보다 나를 더 알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거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애정으로 영화를 찍고 만나다가 노르웨이에서 해소가 되고 영화가 마무리 되서 즐겁게 찍지 않았나 생각한다.

 

‘락’은 계속 ‘원호’한테 내가 필요하지 않냐고 자기 어필을 한다. 연민이 가게 느껴지지 않았는지?

ㄴ 연민을 위한 연민보다도 그냥 같이 있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사람을 다 모르고 어떻게 보면 공조를 하게 된 계기도 ‘브라이언’에 대한 복수나 부모님에 대한 복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원초적인 이슈는 ‘내가 누구인가?’ 이고 나랑 가장 비슷하고 닮고 알 것 같은 ‘원호’가 나타났을 때 뭔가 ‘같이 진행하고 싶다’ 인 것 같다. ‘이선생’이라는 인물은 굳이 ‘원호’가 없어도 ‘브라이언’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된다. 흔들리는 감정들로 인해서 이 사람을 믿고 싶고 믿게 만들고 싶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

 

거짓된 믿음과 속고 이용하는데 같이 있다 보니 미련과 정도 생기는 것 같다. 총소리를 차갑게 그린 영화인데.

ㄴ 앞에서는 잡을 것과 뒤에 인물들간의 감정 이런 것들은 몫이 좀 나눠져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다 조율하는 거지만 앞에 흐름에 있어서 감독님이 그림 그렸던 위주로 연출을 밀고 갔다고 생각한다. 뒤에 거의 어떤 부분은 배우들이 해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조진웅 선배가 어떻게 연기를 해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울리는지는 우리 몫이다. 발란스를 찾는 것은 어려운 지점인 것 같다. 기존에 했던 연기들과 생각했던 지점들은 표현하지 않으면 몰랐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공감을 못한다. 관객들도 그렇게 던져줘야 하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이거를 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얘기하면 촌스러운 영화가 된다. 반대로 전혀 안 하면 영화가 너무 심심하게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발란스 조절이 어려웠다. 그래서 사실은 궁금하다. 어떻게 느끼셨을지. 언론시사 끝나고 어떻게 봤냐고 관계자끼리 얘기했을 때 그럭저럭 봤다고 했더니 실망하시더라 재미없었냐고. 나는 내 영화를 즐겁게 잘 못 본다 부끄러워서 눈 가리고 본다. 그런 의미였다. ‘몰입감 있게 봤다’ 라고 좋은 지점을 얘기했다. 영화를 봤는데 굉장히 떨렸다. 언론 시사회에 질문 오갔을 때 궁금했는데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을까 했다.

 

작품을 통해서 얻고 싶었던 것과 도전해보고 싶었던 지점이 있다면?

ㄴ 어떤 시나리오 받고 작품 들어갈 때 목표라던가 이거를 해내고 가져야겠다는 생각보다도 재밌는 작품에서 주어진 내 몫을 해내서 좋은 작품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늘 다음에 하고 싶은 역할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렵다. 도전하고 싶은 거 물어보면 도전하고 싶은 게 없지만, 대신에 좋은 시나리오를 받고 싶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야 작품을 고른다. 다양한 역할들이 보여져서 운이 좋게 들었던 것 같은데 가장 재미있는 시나리오 받으면서 그 영화 안에 있는 나의 몫을 다 해내는 게 그 지점인 것 같다. 모든 영화에 자기 몫이 크든 작든 있는데 자기 몫만 자기 바운더리 안에서 봤을 때 100% 채우면 끝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텝 분들도 감독님들도 배우님들도 다 모여서 좋은 영화가 백명이 1%씩 모여서 100%가 되는 것이고 자기 몫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면 좋은 영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에서 했던 것보다 이 정도 스케일에서 이렇게 큰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부담은 없었는지?

ㄴ 어렵기는 한데 비슷한 얘기지만 몫이라는 게 중요하긴 한 것 같다. 이 몫이 크든 작든 자기 것만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 것만 잘하면 돼’가 아니라 ‘내가 크니까 더 열심히’ 하고 이런 게 아니라 스탭들 중에서도 막내 애기들만 봐도 그 친구들이 잘해야 위에 좋은 게 가고 또 감독님에게 가고 배우도 영화의 미장센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몫을 해내는 게 중요해서 그런 것 때문에 부담은 없고 몫을 잘해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결같이 늘 하는 것 같다.

 

영화 원작이 있다. 달라지긴 했는데 보고 들어갔나? (‘마약전쟁’(감독 두기봉))

ㄴ 우연찮게 리메이크 작품을 몇 개 해서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한번도 없었다. 작품 끝나고서 봐야겠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손이 쉽게 안 가서 여태 다 안 봤다. 촬영 전에는 일부러 안 봤고 촬영 하고 나서는 보고는 싶지만 손이 잘 안 갔다.

어머니가 사망한 설정이 들어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무엇을 위해 사는 인간이었나?

ㄴ 나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공허함을 채우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 가신 것도 불필요할 수 있는데 그거는 영화의 흐름상 공조하게 된 어떤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줘서 관객들로 하여금 공조할 수 있게끔, 영안실에서 어머니를 봤을 때 오열을 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건 배제했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게 ‘락’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다. 촬영 내내 스스로도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외로움이 짙었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다. 부모님이 ‘너는 이런 사람’이라고 하는 나이는 지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락’뿐만 아니라 류준열 스스로에게 던져봐도 쉽사리 나올 수 없는 대답이다. 철학적인 지점일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기보다 그런 생각을 계속 하게끔 만든 영화였던 것 같다. 느껴지는 게 공허함이 컸다. ‘락’의 표정에서 공허함이 많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구인지 알고 싶다. 알면 어떻게 하지? 지향하는 지점이 생기면 간다. 가면 어떻게 하지? 갔는데 잡았는데 또?’ 그런 게 느껴졌다. 나름대로 돌아보면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자평하는 편인데 별일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좋은 게 좋은 거고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돌아봐도 나라는 인간이 궁금해졌다. 가장 큰 이슈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허함이 들었던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 같나?

ㄴ 배우로서는 작품 열심히 하는 게…답을 알면 작품 안하고 절을 들어가든지 고도를 기다리며 지낼듯. (웃음)

영화의 결말이 조금은 찝찝하기도 하다. 어떻게 느꼈나?

ㄴ 죽고 살고 이런 느낌보다도 감정들을 해소하고 영화가 마무리가 됐다는 것에서는 만족스럽다. 열린 결말에 대해서는 ‘원호가 죽였다’나 ‘락이 죽였다’고 한다면 관객들이 이 인물들을 올곧게 못 볼 거라는 지점이었다. ‘누가 죽었어?’라는 질문으로 끝나면 ‘누가 죽였으면 왜? 그 다음엔 어떻게 할건데?’ 라는 질문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죽였냐는 질문으로 끝내고 ‘락’이나 ‘원호’의 삶의 굴곡이나 감정들을 대입해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죽여서 나오면 ‘왜 죽였을까? 죽인 다음에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어서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의 유형이 바뀔 듯하다.

 

살이 빠진 것 같다.

ㄴ 다이어트하고 있다. 보기와 다르게 계속 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 찍고 있는 영화에서 변화는 계기가 있어서 빼고 있다.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 촬영 중에 있다)

팬들이 벌써 예고편도 만들었다. ‘베이비 드라이버’ 더해서 만들었던데.

ㄴ 영광이다. ‘베이비 드라이버’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이다. 에드가 라이트 만큼 우리 감독님도 훌륭하시다.

 

‘더 킹’(감독 한재림) 때 ‘류준열스럽다’는 평이 많았다. 무슨 의미였다고 생각하나?

ㄴ 칭찬 같은 느낌으로 들었던 것 같다. 짧은 생각으로는 나만의 매력이라든가 이런 게 있다고 한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약간의 ‘책임감’이라고 하면 무겁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를 잃지 않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선택을 하고 그런 순간들이 있을 때 옳은 선택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선택하는 게 아니고 정직하고 바르게 가는 게 가장 옳은 선택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내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게 가장 빠르고 그게 가는데 있어서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이다. 어떤 목표를 봤을 때 여러 가지 꼼수가 있고 쉬운 방법이 있는데 가다 보면 도달하는 사람도 있지만 만약에 하나 수가 틀리거나 엎어졌을 때의 오는 타격이나 후회는 더 큰 것 같다. 내가 살면서 지나가는 손해에 비해서는 별개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게 제일 빠르고 좋은 것 같다. 나를 위해서 나 좋으라고 하는 선택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 생각이 든 계기가 있었나?

ㄴ 복잡하게 들어가면 종교적(크리스챤)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서 느끼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도움이 될까? 안될까? 이득이 될까? 나하고 놀아줄까? 안 놀아줄까?’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한테서 ‘이 사람의 좋은 점은 이거고 가져가야 될게 이거고 이런 관계’라는 생각으로 만남을 갖고 그러면서 느꼈던 것 같다. 이 직업을 하다 보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배우, 스태프, 팬들, 기자들, 넓게는 대중들, 관객분들과도 만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해오고 있다. 지치지는 않는지?

ㄴ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답변하다 보니 느껴지는 것이 일단 이 일이 굉장히 즐겁고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짜릿한 순간들이나 영화 하면서 행복한 추억이 아직 굉장히 크다. 그런 힘들로 촬영을 임하다 보니까 어떤 느낌으로는 영화 찍는 게 별거 없다. 부귀영화를 위해서나 명예 이런 것보다도 같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작품 찍고 좋으면 좋다. 얘기하고 다음에는 재미있는 거 해보고, 감독님이랑 해보고, 이 사람들 좋고 등의 얘기하면서 촬영 어땠다 저랬다 얘기하니까 촬영하고 식사하는데 문득 즐거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돌아보면 어떤 선배님이 얘기하기를 “나는 영화 해 뜰 때까지 찍고 맥주 한 잔 할 때가 기분 제일 좋아. 그 맛에 영화 하는 거야”라고 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때 김태리 씨가 된장찌개 씬에서 류준열 씨에게 부담을 받았다고 하더라.

ㄴ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부담이라기보다 농담이었던 것 같다. 워낙 잘하는데 하면 더 잘해야지 생각이 들고 연기를 그렇게 하냐고 하면 ‘재능이 없나?’ 생각한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잘해진다. 선배님들한테 그런 얘기 할 기회는 없겠지만 후배나 친구들에게는 “최고다”라고 얘기한다. 태리 씨랑 기주 씨랑 친해졌고 친구 같다. 서로에 대한 편안한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태리 씨는 데뷔 시기나 작품을 찍은 기간이 비슷해서 고민이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거에 있어서 작품 안으로나 밖으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도움이 되고 의지도 되고

어떤 고민이 있었나?

ㄴ 예를 들면 태리 씨가 처음 드라마 들어가는데 앞서서 찍어봤다고 해줄 수 있는 조언 같은 거 있었으면 반대로 태리가 했던 작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를 찍다 보니 감독님들에 따라서 스타일이 다르다. 작업 방식도 다르고 접근 방법도 다르고 태리 씨가 했던 감독님들에 대해 물어보고 그런 고민들, 사는 얘기 했다.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배우로 눈에 띄었는데 사범대나 교대에서 교육자가 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ㄴ 학창시절은 이도 저도 아니게 보낸 것 같다. 남들 공부 다 해야 하니 하고 놀 때 비슷하게 어울려 놀다가 어중이떠중이였던 것 같다. 이렇게 살다가 선생님이 되는 것도 교육자가 되는 것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있던 건 아니었다. 공무원이고 학생들과 잘 지낼 수 있고 여러 사람 만나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와 비슷한 점이기도 하다. 해마다 학생 변하듯 스태프 바뀌고 이런 생각으로 사범대나 교대를 준비했던 것 같은데 적성 부분에서 고민이 드는 시기가 있었다. 집중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획일화된 틀 안에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누가 돈 많이 주는 의사를 시키고 면허증을 줘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거 안되겠다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거 안 하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재수하면서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하루 두 편, 많으면 세 편 보다가 영화 한번 해볼까 했다. 감독은 모르겠고, 배우가 가깝지 않을까 고민을 하다가 대학 입시를 알아봤다. 연극영화과 중에서 연기 시험을 안보고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았다. 연기를 할 줄 모르니까 입학은 하고 싶고, 거의 불가능하고, 급하게 수능을 치르고 나서 학원을 다니고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들어가서도 적응 못했다. 선배후배가 있고 그런걸 처음 겪어보니까 적응 못했던 것 같다. 휴학도 하고 학사경고도 받고 군대 갔다 와서 열심히 안 하면 답이 없다 싶어서 학교 생활 열심히 했다. 오디션 보고 영화 공부하고 연극 전공, 연기 공부만 하다가 졸업할 때쯤 영화 공부를 급하게 해서 오디션 보고 ‘소셜포비아’ 나오고 지금까지 연기했다. 우여곡절이 별로 없다.

 

축구도 좋아하고 연기도 열심히 한다. 축구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할 것 같다. 늘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ㄴ 축구 영화 너무 하고 싶다. 축구 선수도 너무 하고 싶다. 그런 욕심이 있다. 축구도 좋아하고 스포츠 스타도 아는 사람 있고 좋아하는 선수도 있지만, 이 일이나 스포츠, 예술, 영화 이런 일들은 재능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선천적으로. 물론 노력을 하면 그 재능을 깨는 건 당연하지만 재능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게 없다고 스스로 빨리 안 것 같다. 없으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한 것 같다. 초반에도 지금도 재능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영화 보면 부끄럽고 최대한 폐 안 끼치는 몫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민하다가 얻은 게 있다면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난 것 같다. 인복이 타고났다고 해야 하나, 그런 재능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도와주고 저렇게 되고 이런 게 참 타고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기 검열이나 채찍질을 좀 많이 하는 것 같다.

ㄴ 좀 심한 편인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한데 실수도 많이 하고 같은 실수도 반복하면서 자기검열 많이 한다. 일기 쓰는 게 일기가 영감이라던가 좋은 글귀 쓰는 게 아니라 자기 검열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노력이 재능을 이긴다는 말은 당연한 거라고 본다. 말이 쉬워서 노력이지 “나 노력했어”라는 말은 참 바보 같은 말이다. 어릴 때 엄마가 “공부했어?” 하면 “다했다” 하고 혼났다. 다한 게 어디 있냐고.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노력이라는 말은 어려운 것 같다.

어느 부분에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나?

ㄴ 연기를 하다 보면 좋은 배우들이 너무 많다. 비교라기보다 참 대단한 것 같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이렇게 만들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열심히 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더라”라고 한다. 다들 재능이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대충 해서 딱 나오고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런 편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학원에서부터 이미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았다.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팬들과 소통도 잘 한다. 피곤함은 없는지?

ㄴ 소통할 시간이 별로 없다. ‘V라이브’ 같은 경우에는 시그니처 아닌 시그니처가 됐다. 작품 하나 끝나면 영화 얘기 하자고 해서 했다. 그거 하나랑 생일이랍시고 생일 축하 노래 부르는 팬미팅 말고는 거의 없다. 보잘 것 없지만 영화 안에서의 추억들이 담긴 소품 선물 해주는 정도이다.

굴곡이 없는 삶이라고 했는데 ‘응답하라 1988’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꾸준히 하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ㄴ 굴곡이 없다는 것은 높이 상향 곡선만 있었다는 것이고 감사한 게 있었다. 어려운 시절이 없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좋은 기회를 주신 여러 감독님들과 관계자 분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더 킹’ 때부터도 그렇고 ‘응답하라 1988’ 때 신 감독님도 그렇고 그런 분이 그걸 너무 잘 아시는 분이라 제가 앞으로 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 많이 경각심을 많이 주시고 보여주셨다. 바로 이은 ‘더 킹’은 정우성, 조인성, 최민식, 송강호 여러 선배님들이 ‘참 좋은 후배였을 것 같다’라고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걸 알려주셨구나 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ㄴ 많이 듣는 질문이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들은 오래한 선배님들 좋아하고 존경하고, 연기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고 화려한 시절 보낸 선배님들 많지만, 오래해서 연기만 잘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스태프들을 생각하는 마음, 인격 등 여러 가지가 갖춰졌을 때 관계자, 기자, 팬들이 찾는다. 오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선배들을 롤모델로 삼고 싶다.

 

pinkcat@mhnew.com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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