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가 9일에 개봉했다. 영화 '레슬러'는 과거 레슬링 국가대표였지만 특기는 살림, 취미는 아들 자랑, 남은 것은 주부습진뿐인 프로 살림러 '귀보'(유해진)의 유일한 꿈은 촉망받는 레슬러 아들 '성웅'(김민재)이 금메달리스트가 되길 바라며 뒷바라지하다가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 놓이면서 혼란에 빠져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문화뉴스가 '레슬러'에서 레슬링 선수 아들을 둔 전직 레슬링 선수 '귀보'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어떻게 봤나?

ㄴ 100% 만족하는 건 없다. 좋은 부분도 있고 좀 아쉬운 부분도 있고 맨날 그렇다 어느 영화나 다 그런 것 같다. 이미 기사들에도 아쉬운 부분이 나왔더라 (웃음)
매번 느끼는 건데 좋은 영화 만들기가 정말로 너무 힘들다는 것이 정말로 매번 느껴지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매번 하는 건데 그런 분들이 모여서 한번 잘 만들어보자 매번 다짐하고 열심히 하는데도 매번 아쉽고 또 어떤 거는 좋은 부분도 있고 그렇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런 것 같다.

 

영화를 관람하면 성장이 있는데 시놉시스만 짧게 본 관객들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ㄴ 그래서 일반 시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웃음) 익히들 알고 있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두는 거 아닌가에 대해서 우리 영화는 그런 부분만을 부각하는 것은 아니고 짠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 같다. 일반 시사를 그래서 많이 했던 것 같다. 보기 전에 오해하고 가셨던 분들이 좋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가족을 다 함께 타겟해서 시사를 할 생각이라는데 내가 보기에도 어떤 성경 씨 그런 거는 해프닝이기도 하고 아들과 저의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울었다. 그런 부분은 짠하게 와닿지 않을까?

엎어 칠 때 마지막에 얼마나 아프든지 짠했다. 시나리오 읽을 때는 어렸을 때 레슬링 알려줄 때와 그게 지금의 경기장에서 교차편집이 들어가겠지 상상은 했지만 이렇게 현재 모습과 끌어안고 넘어가고 그러라고 가르쳤던 레슬링이 아닌데 그거를 나한테 써먹다니 싶으면서도 짠했다. 그런 울림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부분도 짠하지 않았으면 실망했을 것 같다. 짠함이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 레슬링을 했나?

ㄴ 체대 가서 여름에 액션스쿨 같은 곳 가서 했다. 연습하면 다 힘들다. 요즘은 섣불리 흉내 내면 많이 욕먹는다. 다행히 20년 전에 레슬링 하던 사람으로 그려져서 정말로 민재처럼 그렇게 잘할 필요는 없었지만, 몸에 남아있어야 한다. 체대 가서 여름에 연습했는데 나이 먹은 탓도 있겠지만 정말로 힘들었다. 기본기를 하는데도 마음 잡고 레슬링 한번 해봐야겠다 하는데 그것만 하는 게 정말 너무 땀이 엄청났었다. 이번에는 진짜 너무 힘들었다. 민재처럼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나는 그 정도만 해도 엄청 힘들었는데 민재는 정말로 지금 유망주로 나오니 정말 잘해야 하니 정말 힘들었을 거다. 흉내 내는 게 아니었고 직접 100% 다 했다. 기자간담회 때 얘기했지만, 몸 좀 사려가면서 하라고 할 정도로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욕심이 있었다. "다친다. 다치면 네 손해야 결국엔. 못하겠는 경우에는 네가 얘기해서 스턴트 하시는 분들한테 부탁하든지 그러는 게 낫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항상 액션은 욕심 때문에 하다가 다친다. 나중에 후회한다고 골병든다고 옆에서 정말로 많이 얘기했다. 나도 어렸을 때 했지만 누적되어있는 것들이 몸에 남아있다.

전에는 한번 원래 밥을 해 먹는데 빨리 먹으려고 집에서 햇반 데워서 먹었다.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서 상에 놨는데 허리가 아차 했다. 무거운 거 들고서 그러면 "큰일 났다" 하는데 햇반 하나로 그랬던 것에서 예감이 왔다. 이거는 되게 안 좋은 거라는 것을. 저녁 늦게 그다음 날 간신히 운전해서 병원에 갔다. 그랬더니 나이보다 빨리 운동선수처럼 그런 게 누적되어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게 배우들은 항상 욕심이 있다. 그래서 몸이 고장 나는 경우가 있고 항상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러면 힘드니까 그런 배우들이 되게 많다. 모를 때 왕성하게 하는 게 맞다. 젊은 애가 너무 몸 사려도 꼴 보기 싫은데 민재는 너무 착하고 너무 성실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얘기다. 진짜로 듬직하다.

 

김민재 배우에 대한 이야기에서 아들 얘기하는 느낌이 난다.

ㄴ 그런 시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민재라는 친구를 잘 몰랐다. 드라마를 자주 보지도 않았고 잘 몰랐는데 처음에 봤을 때도 참 이게 부자라고 하는 게 맞는 조합인가, 외모로서도 이게 믿어질 얘기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하면서 정이 쌓인 것 같다. 정말 민재가 잘 따르고 애가 진짜로 듬직하다. 끝나고서 가끔 회식하면 앵기는 것도 있고 그러니까 좋다. 끝나면 광고 있다고 확 가버리고 이런 것보다 이런 친구들 만나면 작업이 정말 재밌다.

 

짝사랑이긴 하지만 뽀뽀 씬이 나온다.

ㄴ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쑥스럽다. (웃음) 성경 씨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거는 다른 배우랑 할 때도 항상 편하진 않은 것 같다.

극 중 아들의 친구와 러브라인 때문에 말이 많았다. 그 부분에서 망설임이 있었는지?

ㄴ 크게는 짝사랑에 대한 그런 거로 생각했다. 어렸을 때 한 번쯤 선생님 좋아하고 동네 교회 오빠 좋아하고 이런 식의 그런 짝사랑도 있고 또 진짜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것도 짝사랑 같은 느낌이다. 크게는 짝사랑 같은 느낌이었다. 전체로 봤을 때 나 역시 나문희 선생님이 아들을 잔소리해가는 것도 짝사랑처럼 느껴지고 나도 아들한테 하는 게 짝사랑이고 성경 씨가 그런 것도 짝사랑이다. 크게 내가 보고 느꼈던 거는 짝사랑에 대한 얘기, 그러면서 진짜 아들의 성장뿐 아니라 부모인 나로서의 성장도 같이 다뤄진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생각은 촬영하면서 많이 들었다. 이러면서 부모로서 한 단계 촬영하다 보니 아버지가 여물어가는 아버지가 되고 그런 거 아닌가. 아들한테 다쳐가면서 마음 상처를 받아가면서 또 한 단계 성장이란 게 애들만 하는 게 아니라 어른도 부모로서 성장해 가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럭키' 흥행하고 '공조'도 있었지만, 단독 출연했을 때 부담감은 없는지?

ㄴ 있다. 이게 이제 갈수록 정말로 좀 얘가(부담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예전에 안 했던 고민도 많아지고 책임감이 더 커지고 나를 바라보고 시나리오를 건네는 분도 있고 감독도 있고 돈을 대는 분도 있고 촬영하시는 분도 있고 여러분이 있으니 거기에 대해 앞장서서 책임져야 된다는 무게감은 정말 많이 있다. 그때는 나도 매번 하는 얘기 중 하나는 운 좋아서 됐다는 얘기를 상당히 많이 하는데 이번에도 그게 좀 운도 좀 따라줬으면 하는 그런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유해진 하면 배우로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인간미 넘치는 부분이 있다. 비슷한 컨셉이 겹치기도 하는데.

ㄴ 그런 피로도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런 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사실은 매번 새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은 그런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어떻게 해야지 그 작품에 녹여지게 보이나, 할 수 있는 건 그거뿐인 거 같다. 그렇다고서 들어오는데 안 하는 것도 이상하다. 나의 직업인데 그렇다고서 막 하고 그런 거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서 목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그런 스타일도 아닌 것 같다. 대신 그렇다면 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인 것 같다. 엄청나게 내가 연기 변신을 훌륭하게 하지도 못하고 대신 열심히 하자고 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다. 수식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ㄴ 그런 말들이 사실은 고맙지만 그만큼 믿음을 줘야 되는 거다. 그만큼 아까 얘기했듯이 책임감이 든다. 그래서 진짜 믿고 보는데 슬슬 믿음이 없어진다든지 이럴까 봐 고민도 많고 솔직히 그렇다. 이거는 나뿐만 아니라 다 마찬가지일 거다. 솔직히 나뿐만 믿고 보는 그런 분들이 되게 많다. 그런 책임감들이 다 무거울 것 같다. 나 역시도 무게감이 있다.

 

나문희 선생님과 오랜만에 함께 했다. 현장에서 심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을 것 같다.

ㄴ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 때 후에 오랜만이다. 변함없으신 게 "혜진 씨 우리 세 번만 맞춰봐요"라고 하시는 부분이다. 이게 항상 그때나 지금이나 그럴 때 참 존경스럽다. 힘들어하실 수 있다. 선생님처럼 "감독님이란 리허설 한 번 더 하자"고 하면 뭐하러 하냐고 그냥 가자고 할 수도 있는데 꼭 먼저 그렇게 "해진 씨 우리 다섯 번만 맞춰보자. 힘들지?" 이러면서 한다. 항상 그렇게 하시는 게 여전하시구나, 대단하시구나" 느낀다. 그게 참 볼 때마다 좋으신 것 같다.

 

자식은 없지만, 본인한테 감정이입이 어땠는지? 극 중 중년 남성의 보편적인 고민이 많이 담겨있다. 실제로 그런 감정이 어땠나?

ㄴ 길거리 가다가 아이들이 부모님들과 가는 거 보면 예전이랑 너무 달라졌다. 느끼는 감정이나 시각이 달라졌다. 자꾸 부모 입장을 간접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게 달라진 건데 그래서 얼추 예전보다는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해보는 것 같다. 나도 못 박는 말을 심하게 많이 했었는데 그게 엄청난 말이었다는 그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삼시세끼' 때는 정말 반 오락 프로그램인데도 불 피우고 그러면서 음식을 했다. 옛날 엄마들 엄청 힘들었겠다고 진짜로 느꼈다. 그런 것처럼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부모가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이런 얘기 하면 돌아서고 말을 말자고 해버리지만 못 박는 말이 엄청난 상처였겠다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자식은 없지만 조금 더 자꾸 부모님의 나이 드셨을 때가 돼가고 있기 때문에 예전하고 철없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게 다른 것 같다. 가상의 나에게 레슬링 하는 아들이 있다면 그거지만 촬영하면서 나문희 선생님과 계란 까면서 마늘 까면서 하는 얘기 "넌 아들이 속썩인 지 20년이지, 나는 40년이야"라고 하는 말에서 이게 사실 감독님의 어머님이 하셨던 말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살아있는 말이다. 그런 말을 통해서 대사를 통해서라도 진짜 그렇겠다는 게 엄청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깊이 있게 못 느껴졌다면 요새는 그 나이가 차서 그런지 깊이 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김민재 씨가 감정 연기할 때 감정이 전해진다는 걸 느꼈다고 감동했다고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후반부에는 감정연기가 짙기도 한데 어떤 부분에서 느껴졌는지?

ㄴ 그 친구도 느껴야 저도 느끼는 거고, 내가 그렇게 표현을 해야 그 친구도 느낀다. 서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떤 기술적인 얘기보다 이럴 때는 어떨지, 만약에 그렇다면 난 이렇게 할 것 같은데 등의 의견 교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네가 그렇게 느꼈으면 그렇게 표현을 해"라고 그런 데서 서로 시너지가 있었던 것 같다. 서로 감정을 아는 작업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레슬링장에서 짧은 대화 중 경기는 안 나가고 막 뭐라 그럴 때 시나리오만 있으면 막연하다. 이거를 머릿속에만 있어서 어떻게 그려야 하나 하는데 다른 씬 찍을 때도 그런 작업을 서로 해왔기 때문에 레슬링 하는 장면에서 그런 게 깊이 있게 묻어져 나오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런 게 진실성이 느껴져서.

 

감정적으로 진짜 아들처럼 느껴졌던 장면은?

ㄴ 밥 바꿔먹는 데가 있는데 그때 실제로도 참 어색한 자리인데 서로 바꿔놓는 그게 좀 짠했다. 저런 게 진짜 말은 안 통하지만 한국식 정이고 저게 진짜 부자간의 저렇지 저럴 수 있지 그런 게 느껴졌다.

실제로는 어떤 아들이었나?

ㄴ 나는 좀 못된 애였다. 속썩이는 애였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있겠지만 연극을 한다는 그런 자체도 반대를 많이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 이해가 가는데 '아들이 한다는 걸 왜 방해를 하지 왜 못하게 하지?' 이런 시선이었다면 지금은 흔쾌히 오케이 하는 건 좀 아니라는 시선이 생겼다. 그런 부분도 속을 많이 썩였고 반항도 많았다. 아들이 잘 되는 거를 보고 가셨으면 괜찮은데 엄마가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전체적으로 좋은 아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인지?

ㄴ 지금은 '말모이'라고 말을 모으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사료인 줄 알았는데 말모이가 진짜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 조선어학회 얘기를 그린 얘기다. 그거를 열심히 지금 찍고 있다.

 

쉬지 않고 작품 이어간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은가?

ㄴ 체력적인 것보다 다른 걱정이 더 많다. 어제 부천에서 촬영 있는데 비가 많이 왔는데도 부천까지 자전거 타고 갔다. 조심히 탔지만, 전날 자기 전에 비 오는 거 생각 못 하고 현장에 자전거 타겠다고 했는데 낮에 일어나니 비가 많이 왔다. 생각했던 걸 접는 게 그래서 타고 갔다. 항상 수도권은 자전거 타고 다닌다. 얼마 있으면 파주에서 촬영할 텐데 거기까지 타볼까 한다. 아침에 타면 기분이 좋다. 힘들기도 하지만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그 시간이 참 좋다. 못하는 운동 보충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요즘은 그런 재미가 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나이도 있으니까 그거보다는 힘들지 않은데 걱정이 많다. 걱정 있을 때 어쨌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 밖에 없는 거 같다.

pinkcat@mhnew.com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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