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오세준 인턴기자] 지난 17일 오후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연출 문삼화, 작가 이오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은 지난 2014년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 선정작으로, 4년 만에 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6월 3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미국의 한 대학생이 동성애로 아웃팅 된 후 자살한 사건을 접하고 그 소재에 영감을 받은 '강승구' 프로듀서와 청소년 시절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0대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오진 작가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또한, 작품과 동시대를 바라보는 변화된 '문제의식'과 '도전의식'으로 극단 고유의 색깔을 창출하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 '문삼화' 연출이 더해져 청소년들의 모습을 최대한 리얼하게 그려냈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은 강북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강제로 아웃팅을 당한 게이 소년 정이레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동성애, 청소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10대 청소년과 '학교'라는 시스템 사이의 갈등. 그리고 더 나아가 한 인간과 그 인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세계와의 충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프레스콜 현장에는 주인공 '이레' 역의 심태영과 '현신' 역의 김세중을 중심으로 '지훈, 봉수' 역 승리배, '기태, 교장' 역 문승배, '종철, 체육' 역 이의령, '재범, 지훈부' 역 김태와, '교은, 양호' 역 노준영이 전막을 시연했다.

시연이 끝난 후 문삼화 연출을 포함해 이오진 작가와 심태영, 김세중 배우가 자리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 좌측부터 문삼화 연출, 이오진 작가, 배우 김세중, 심태영

4년만에 다시 공연됐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ㄴ 이오진 작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대본을 꼼꼼히 다시 체크하며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ㄴ 문삼화 연출: 4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내 고등학생 때랑 비슷할 정도다. 정상적인 것이 무엇이고, 평범하다는 것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학교는 그것들을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강조하고 강요하지 않나? 이런 부분들이 나의 학창 시절 때와 여전히 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점을 특별히 뽑자면 체벌에 관련된 부분은 나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강했다. 하지만 요즘은 옛날만큼 심하지 않다는 정도가 다르달까.

제목뿐 아니라 극 속 '체육 선생'역도 '바람직한', '정상적인', '평범함'을 학생들에게 강요한다. 혹시 이러한 단어들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따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ㄴ 이오진 작가: 사실 맨 처음 이 작품을 쓰기 전에는 '바람직함'에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진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내게는 '바람직함'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한 무언가를 의미하는 '바람직함'은 존재하지 않겠다'고 알게 됐다. 중요한 건 그 기준을 누가 정하고, 실재하느냐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로 그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는 존재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회가 그 때 그 때 필요함에 따라 만들어낸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 질문의 연장선에 있는 질문이다. '바람직함'의 기준에 대해 이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을지 궁금하다. 

ㄴ 문삼화 연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 '썰전'에서 '유시민'씨가 등장해 '교육 정책은 안 건드리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의 말의 공감을 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밑바닥에 항상 엄청난 경쟁률이 있다. 더 나아가 남을 의식하는 경쟁 심리부터 아이들의 교육에 목숨을 거는 부모들의 교육열도 한몫을 한다. 모두가 서울대를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아니다 싶은 것은 아니다.

ㄴ 이오진 작가 : 어렵고 중요한 질문이다. 나는 청소년들과 연극을 만든 지 3년 정도 됐다. 처음 시작할 때 같이 수업하는 학생들과 함께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며 교육제도에 대해서 이런저런 부분들이 '별로다, 아니다' 라고 같이 이야기 나누곤 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선생이 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밖에서 잘 알 수 없는 안 쪽을 욕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극단적인 성격을 지닌 10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 일진도 1등도 왕따도 아닌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나. 극 중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했는지 궁금하다.

ㄴ 김세중: '현신'이가 친구들의 돈을 뺏고, 오토바이 훔치고. 왜 이렇게 이 친구가 이렇게 살고 있나 계속 생각했다. 그런 일들 이전에 '현신'의 삶에서 가정사도 있고 그게 큰 부분이라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배우로서 접근할 때 내가 학창시절에 탈선했던 경험도 떠올리고, '나는 그 때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들이 가했던 체벌이 기억하면 억울할 정도로 '내가 이 정도인가 이렇게 잘못을 했던 것일까'하며 옛날 기억을 많이 하며 준비했다.

ㄴ 심태영: 연습을 시작할 때 연출가님이 아이들의 심장박동수에 대해 언급을 했다. 지금 내가 뛰는 심장박동수랑 어렸을 때 뛰는 심장박동수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심지어 그때의 심장 박동을 느끼고 싶어서 '레드불'을 마시고 연습했던 적도 있고(웃음),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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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문삼화 연출: 실제로 심장 박동수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어릴수록 빠르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와 10살 차이가 난다. 단순히 '학생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학창시절로 돌아가 충동적이고 직선적이었던 때를 떠올리며 연기하도록 언급했다.

작품이 굉장히 역동적이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ㄴ 김세중: 일단 내가 땀이 많다. 중간중간 닦기도 하지만 아마 보시는 관객들이 '저 배우 안타깝다' 하는 부분도 있다. 사실 연우소극장 자체가 작아서 아무래도 객석마다 보는 입장이 다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계가 있다. 인물에 대해서 아직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단계다. 연습을 하면서 '계속 더 이해하고 싶은데'라고 고민하는 중이다.

ㄴ 심태영: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좁은 무대를 성큼성큼 뛰어다니기도 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반성실에서 과거를 회상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과감하게 뚫고 나가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이레'의 동성애에 대해서는 사랑은 저마다의 모양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즉 본질이 가지는 것은 같다. 물론 인물을 완벽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런 부분들은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연습하면서 너무 좋고 재밌었다.

 

마지막에 '내 탓이냐'며 화내는 '이레'를 보면 타인에게 소수자였던 '이레'도 '동수'라는 소수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캐릭터 설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 부탁한다.

ㄴ 이오진 작가: 어렸을 때부터 가난한 집에서 할머니와 살며 조금씩 돈을 모으는 모습을 보면 '이레'는 굉장히 열심히 산 사람이다. 그런 '이레'가 지훈과 함께 할 날을 생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칼을 들 정도로 분명 자신이 겪는 고통이 제일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 나의 부모님이 아프다고 언급을 하는 것과 저 멀리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난민이 아프다고 하는 것과는 슬픈 정도가 다르지 않나. 이처럼 슬픔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정도까지만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동수'와 '이레'가 가지는 슬픔은 상대적인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부분은 아니다.

제목이 '바람직한 청소년'인데 극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바람직'한 부분들이 보이지 않는다. 극 안에서 '바람직함'은 무엇인가?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나?

ㄴ 이오진 작가: 무대 위에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관객들이 '바람직함의 기준이 무엇일까?' 생각하기를 바란다. 특히, 바람직함이 과연 존재할까? 하고.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ㄴ 문삼화 연출: '바람직함'이 무엇일까?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어찌 보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무엇을 위해 '바람직'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생각을 주는 단어다. 극 속에서 '이레'와 '현신'이 그 '바람직함'을 위해 반성문을 쓰고 체벌을 당하는 부분들이 질문의 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바람직하게 살지 않기로 작정했다.(웃음)

 

마지막으로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ㄴ 심태영: 진짜 이제 프레스콜을 마치고, 몇 시간 뒤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정말 잘 준비해서 관객들에게 잘 소개가 됐으면 좋겠다. 화이팅!

ㄴ 김세중: 우선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곧 첫 공연인데 최대한 '현신'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ㄴ 문삼화 연출: 4년 만에 다시 대본을 봤는데 정말 잘 쓴 대본이다. 그 당시는 여유 없이 준비를 했다. 연출이란 자리가 늘 그렇다. 부담이 가득하다. 이번에는 재연이기 때문에 여유있게 준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기회였으면 좋겠다.

ㄴ 이오진 작가: 4년 만에 이런 날이 와서 좋다. 그 당시 29살이었던 내가 지금 33살이다. 이제는 학생들이 '33살'이라고 하면 나를 늙은이 취급하지만, 작품을 보면 29살의 내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는지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좋은 연출님과 배우들이랑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영광이고 행복이다.

[글] 문화뉴스 MHN 오세준 인턴기자 yey12345@mhnew.com

[사진·편집]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some@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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