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최강 동안 외모로 청순한 이미지를 지켜온 배우 임수정이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에서 첫 엄마 역할에 도전했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살 '효진'(임수정)이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미란'(이상희)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하며 혼자 살아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은 남편의 아들인 16살 '종욱'(윤찬영)이 나타나 엄마가 되어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하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화뉴스가 '당신의 부탁'에서 '효진' 역을 맡은 배우 임수정을 명동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만났다.

 

첫 엄마 캐릭터 소감은?

ㄴ 낯설고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엄마 역할이 들어온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 생각했던 터였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그렇게 당황하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효진'이 당황했던 것처럼 너무 큰 16살 아들이어서 그런 입장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만약에 아직 미혼이고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없으니까. 내 아이와 관련된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 엄마고 그런 내용이었다면 도전하기 어려웠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어떻게 엄마와 같은 감정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건 첫 엄마 역할이긴 하지만 진짜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규정하는 거가 목적이 아니라 이 영화는 결국에 가족이 되어가고 가족으로 받아들여 가는 과정이 중요하니까 접근하는 데 있어서 부담이 덜 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내용을 알고 있었나?

ㄴ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시나리오 받을 때도 섬세하고 사실적인 대사가 좋았다. 감정에 과잉되지 않은 인물들의 관계나 전반적인 정서와 결이 너무 좋았다. 이런 글을 쓰고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라면 만나서 작업해보고 싶었다. 하고 싶다고 의사 전하고서 미팅을 가졌는데 처음 뵌 분이랑 대화 잘 되고 정서가 잘 맞았다. 작업을 너무 즐겁게 했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다들 만족하는 작업과정이었다.

시나리오 선택하게 된 계기는?

ㄴ 1차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읽는다. 내용이나 캐릭터 같은 것들도 어느 정도 개연성 있고 납득이 되어야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더 마음이 가고 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캐릭터들은 조금 더 남이 뭐라 그래도 자기가 선택해서 '내 길을 가겠소' 하는 그런 캐릭터들에 끌린다. '스스로 개척해보고 스스로 선택대로 살아가 볼래'와 같은. '효진'도 어떻게 보면 덜컹 그렇게 큰 애를 데려온 것도 그렇고 그런 캐릭터를 보면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 좀 변한 것 같다. 예전에는 닮은 캐릭터들이나 이런 것들에 연민이 더 느껴지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새로운 캐릭터들,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캐릭터들을 만나면 '네가 가는 길이 혼자는 외로우니까 내가 같이 가줄게' 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하게 된다. (웃음)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계기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엄마 역할 들어왔을 때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ㄴ 엄마 역할이 들어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이라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영화를 한다고 선택했을 때도 무슨 자신감인지 향후 몇 년 후에는 또다시 싱글 여성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프로페셔널 한 직업을 가진 여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자는 마음이었다. 이 작품 선택할 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 역할이 계속 들어오면 하는 거고 앞으로는 몸과 마음을 다해서 열렬히 사랑하는 작품에서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이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것 같다.

 

실제로 엄마가 된다면 어떤 엄마가 될까?

ㄴ 상상하는 거랑 막상 아이가 생기면 다르다고 하니까 지금으로서는 엄마처럼 헌신적으로 자식들을 돌보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엄마의 발톱 때만큼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좀 그래도 '알아서 커라'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성향이 주변 사람들 잘 챙기는 편이라 만약 진짜 자식이 생겼을 때 나도 그렇게 챙기고 있으면 어떡하지 생각이 든다. '미친 듯이 챙기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니야 난 내 인생 살 거야' 이런 생각을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문소리 엄마 좋았다. 내 생을 살겠다며 가출하고 인상적이고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형태의 엄마가 있는데 어떤 엄마 캐릭터에 공감되고 몰입되나?

ㄴ 오미연 선생님이 진짜 엄마를 보는 느낌이다. 진짜 엄마처럼 대해주시기도 했고, 딸의 어떤 미래를 걱정하는 그런 모습들이 누구나 누구의 엄마도 그렇겠지만,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고 그런 것들이 진짜 엄마 같아서 오미연 선생님의 엄마가 좋았다. 다투는 씬 찍을 때도 진짜 엄마한테 저도 맨날 이래요 이렇게 짜증 내고 화내고 얼굴 빨개지게 소리 지르고 하지 말아야 될 상처 되는 말 해서 '죄송해 죽겠어요'라고 했더니 그게 엄마와 딸이라고 했다. 그걸 잘 받아주셔서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아들이 너무 큰 아들이다.

ㄴ 커도 너무 크다. 약간 '효진'이 '종욱'이를 같이 데리고 와야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도 얘가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길 기대는 안 했을 것 같다. 나도 남편을 사고로 잃고 혼자 지내고 있는데 피는 섞인 건 아니지만, 왠지 남편의 아들이고 어릴 때는 몰랐는데 커보니까 오빠가 보인다는 얘기처럼 남편과 비슷한 부분도 보여졌을 테고 '종욱'이가 주변에 돌봐줄 어른들이 없으니 인간 대 인간으로 대책 없이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윤찬영 배우가 갑자기 큰 것 같은데.

ㄴ 작년 촬영하고 나서 또 컸다. 16살이 어떤 상황에서 보면 조금 두려운 상황일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16살이면 남자애들이 그러면 힘이나 여러 가지로 물리적으로 힘에서 밀리니까 제압할 수도 없는 거고 진짜 아들도 아니고 어릴 때 잠깐 보고 말았으니까 만약에 폭력적인 상황이 생기면 위험해질 수 있다. 낯선 애를 데려오는 거니까. 현실적으로는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종욱'이가 너무 착한 아이다. 위험 요소가 없는 그런 애다. '효진'이가 '종욱'을 데려오게 되는 그런 결심을 하게 되는 상황이 관객한테 납득이 되어야 한다고 감독님하고 얘기를 많이 나눴다. '효진'이 보여주는 일상 속 장면이 그래서 중요한 거다. 남편을 잃고 많은 상실감과 슬픔, 외로움, 공허함,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우울감이 있어서 무료한 일상들을 보내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큰 결심을 하게 되느냐였다. 우울증의 여러 증세가 있는데 아마 우울증을 앓고 있다보면 때로는 미래 일, 뒤의 일을 대책 없이 결정 결단 판단 선택하는 증상들이 있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드라마 '마더'도 그렇고 유사 가족에 대한 소재가 심심찮게 보인다. 본인이라면 혈연에 기반하지 않은 가족의 구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ㄴ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고민이 될 것 같다. 사실 그런 상황이 있을 수는 있다. 예를 들면 만약에 언젠가 이 사람하고는 정말 평생 살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 하는 남성이 나타나면 그 남성이 돌싱일 수도 있고 아이를 이미 낳았을 수도 있다.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거는 현실적인 부분이고 그런 직면에 있다면 고민이 되는 부분일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선뜻 '효진'이 한 것처럼 하겠다고는 안 하겠지만 혈연만이 가족이라고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가족은 얼마든지 우리 사회에서는 범위가 자유롭게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인식을 평소에 하는 사람이라 직면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남편 나올 때 좋은 장면이 많았던 것 같다.

ㄴ 회상, 상상 장면인데 그 장면 찍을 때 원테이크로 찍었고 약간 그 장면으로 김태우 선배님하고 같이 처음 연기한 거다. 집에서의 장면 찍기 전에 찍었다. '효진'의 감정 때문인지 울컥했다. 아마 그때 남편이 떠올랐던 것 같다.

영화 속 남편이 매력적이다.

ㄴ '효진'은 심지어 세 번째 부인이다. 이게 웃긴 게 난 내가 두 번째인 줄 알았는데 점쟁이한테 갔더니 '종욱'이 엄마 죽은 지 모르냐고, 자기는 동거인이었을 뿐이라고 한다. '종욱'을 데려와서 엄마 찾기를 도와주면서 같이 가면서 남편의 발자취를 찾아가게 되고 조금씩 진짜 남편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삭제된 부분인데 부산 영화제에는 들어가 있던 장면이 있다. '종욱'이를 데려오기 전에 '종욱'이 방이 남편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걸 정리 못 하고 있었다. 남편의 구두가 항상 있었던 것처럼 늘 있었는데 '종욱'이 오면서 정리하고 빈방으로 만드는 씬이 있다. 굳이 안 들어가도 되니 뺐다고 한다. 그런 감정의 상태였기 때문에 '종욱'과 진짜 엄마 찾기를 하면서 남편의 발자취를 좇다가 중간에 쇼크를 받고 점점 남편을 잘 보내줄 수 있는 마음으로 됐다. 마지막 후반 부분에 둘이 같이 제사 지내는 부분은 나도 좋아했다. 다 찍을 때 마음이 보내면서도 짠하고 '이제는 보낼 수 있겠구나'라면서도 슬프고 그런 감정이었던 것 같다. 좋은 장면이었고 실제로 둘이 연기할 때 좋았다.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남겨졌다.

 

'효진'을 볼 때 엄마이지만 또한 여자이고 싶은 면도 보였던 것 같다.

ㄴ '정우'와의 관계는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고 '효진'의 감정에서는 이성으로 '정우'를 대하기보다 정말 가끔은 낯선 사람, 자기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한테 내 얘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 '정우'는 심리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유독 '효진'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도 한다. 어쩌면 그냥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커피집 동생 이런 식으로 아는 사람으로 은근히 의지 정도만 하는 것 같다. '정우'는 '효진'을 여성으로 보면서 데이트하고 싶고 연애를 하고 싶어 하지만, 그 얘기를 들을 때 반응을 어떻게 할 줄 몰라 한다. '효진'의 심리 상황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여력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후반부 버스 씬에서는 결말이 좀 열려있다. 반가운 게 '효진'이가 3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너무 할 게 많은 나이 때인데 그때 이미 '종욱'을 돌보는 삶으로 본인의 인생을 선택해버리는 건 안타깝고 아쉽다.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일을 해볼 수 있으니까 '정우'와의 관계는 열려있어서 괜찮은 것 같다.

 

결말에서 친엄마가 맞았던 것이고 거짓말이었는지?

ㄴ 점쟁이 엄마도 동거인이 맞다. 그 순간만큼은 실제로 본인이 점쟁이였기 때문에 '종욱'의 실제 엄마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종욱'을 떠나왔기 때문에 미안한 감정 때문에 '효진'의 부탁을 들어줘서 '종욱'을 위로해주고 많이 컸다고 해줄 수도 있다. 그런 해석을 하더라도 감독님이 좀 열어놓고 싶어 하셨다. 만드는 사람들은 점쟁이 엄마도 '종욱'이 친엄마가 아니고 '종욱'이도 친엄마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엄마를 찾으러 다녔다고 만들기는 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아왔다. 내공이 올라간 계기가 더 되었나?

ㄴ 이번 작품을 효진 연기하면서 이렇게까지 힘을 빼고 연기한 적이 없는데 몸짓, 발걸음 말할 때 감정 표현할 때 힘이 거의 안 들어갔다. 이상하게 그게 '효진' 답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 유연해지는 게 느껴졌다. 감정적인 표현도 확장되고 깊이감도 생겼다는 게 스스로도 느껴지면서 다른 측면에서 성장한 게 있다고 느껴졌다. 어떤 계기라기보다는 배우는 그래서 가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야 연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김종욱 찾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불변의 미모이다.

ㄴ 뱀파이어도 아니고 (웃음)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것을 잘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여전히 많은 분이 '어려 보인다', '동안이다'라고 말씀해주시니 고맙고 감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부끄럽고 오글거리기도 한다. 어쩌면 그걸 뛰어넘을 만큼의 다른 이미지를 못보여준 느낌도 든다. 나이에 맞는 캐릭터들을 자주 보여주면서 대중들에게 다른 이미지를 기억하게끔 만들어주는 것도 배우로서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팟캐스트에서 듣고 캐스팅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ㄴ 때로는 영화평을 하기도 하고 관심 이슈를 얘기하기도 하고 약간의 피쳐링 개념으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다른 어느 매체보다는 자유로운 방송을 할 수 있는 게 팟캐스트다 보니 거침없이 생각대로 좀 얘기하는 것 같다. 워낙에 그 팟캐스트를 감독님이 좋아한 것 같고 듣다가 나라는 배우한테 그런 얘기는 하셨다. '왠지 아직까지도 임수정 하면 엄마가 잘 떠오르지 않는데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임수정이 '효진' 역을 하면 하루아침에 엄마가 돼버린 '효진'의 상황이 잘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제안을 해주신 것 같다. 팟캐스트는 그냥 팬심으로 들은 것 아닐까? (웃음) 정말 재밌고 최고의 즐거움이다. 팟캐스트 하면 너무 신나고 너무너무 재밌다. 생각보다 관계자분들이 많이 듣고 계셨다. 배우들이나 관계자분들이 잘 듣고 있다고 하셔서 깜짝깜짝 놀란다.

목소리가 차분해서 라디오 제의도 많이 들어올 것 같다.

ㄴ 종종 들어오긴 한다. 개편하실 때마다 연락 주시는데 배우라는 일이 매일매일 출퇴근하는 일이 아니고 프리랜서 같은 일이다. 몇 개월씩 하고 쉬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성실하게 매일 녹음 방송도 한다고 하지만 꽤 많은 시간을 직장인처럼 하는 게 처음 경험하는 거니까 용기를 못 냈던 것 같다. 라디오는 워낙 좋아하는 매체고 계속 관심이 있어서 꼭 해보고 싶은 매체기는 하다. 머지않은 시간에 해볼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맨날 출근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목소리 톤이 차분해서 잘 재울 수는 있다. 불면증에 효과적인 방송을 만들까 생각도 해보고 있다. (웃음)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배우 소지섭이 '미안하다 사랑한다' 때 연기가 너무 재밌어졌다고 임수정 씨랑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임수정은 어떤 배우랑 해보고 싶나?

ㄴ 같이 하고 싶은 배우는 강동원 씨이긴 하다. 지섭 오빠 미안해. (웃음) 지섭 오빠랑도 잘 맞았다. 그는 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워낙에 '전우치'에서 짧게 호흡을 맞췄다. 맡은 캐릭터 분량 자체가 크진 않았지만, 너무 좋고 재밌었다. 로맨스물 아니어도 뭔가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동원이가 '나는 곰이 되고 싶어 하는 여우고, 누나는 여우가 되고 싶어 하는 곰'이라고 말했었다. 그게 맞는 것 같다고 했고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는 여우가 되고 싶다. 동원 씨 나중에 만나면 '누나 이제 여우가 되셨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동원 씨 행보 보면 뿌듯할 듯 한데.

ㄴ 배우로서 본인의 주체적으로 자기의 길을 잘 간다. 어쨌든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되었고 관객들한테 신뢰도 주고 그거는 같은 배우로서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차기 작품 할리우드 작품도 기대가 된다. 그때도 그 얘기를 했다. 자신이 더 많은 우리 한국 시장이 아니라 월드와이드하게 영화로써 가고 싶다고, 영화배우로서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예전부터 했던 거라 저 친구도 자기가 생각하고 원했던 대로 하나하나 해나가야 하는 친구라는 영감을 받았다. 실제로는 서로 연락을 안 한다. 번호도 모르고 그때만 잠깐 했는데 시간이 너무 지났다.

 

배우 염정아 씨와 문근영 씨랑 함께하는 작품을 또 보고 싶다.

ㄴ 너무 많은 매력적인 남성분들과도 함께 해왔지만, 여성들과의 케미스트리가 잘 맞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근영이랑 정아 언니랑 너무 좋았고 이번 작품에서도 이상희 배우랑 좋기도 했다. 'ING'라는 영화에서 엄마로 나온 이미숙 선생님하고도 연기 재미가 컸고 '더 테이블'에서는 배우들끼리 만나는 게 없으니 여성들끼리도 자주 만나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지면 좋겠다. 재밌게 해보고 싶다. 여성들끼리 '오션스 시리즈'처럼 뭔가 사기 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상업 영화뿐 아니라 요즘은 많은 장르를 시도하는 것 같다.

ㄴ 상업도 하고 저예산 독립영화도 하고 그러는 것은 연기적으로 경험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다. 협업하겠다는 것은 한국 영화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를 심사의원으로 참여해보면서 너무 많은 다양한 한국 영화들을 진지하게 처음으로 보게 된 거다. 수준도 높고 좋은 배우와 감독이 많다. 이런 다양성이 톡톡 튀는 개성과 다양성이 한국에서의 힘인데 20대 한국의 르네상스를 함께 해왔기 때문에 그걸 너무 기억하고 있다. 이런 영화도 인디 영화 쪽도 많이 사람들이 알고 많이 봤으면 좋겠다. 양쪽의 한국 영화가 좀 더 발란스도 잘 맞고 성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생각에서 제작사들이 이쪽과 협업을 했으면 좋겠다. 현빈 씨와 했던 것도 인디 영화로 초저예산이었는데 베를린 경쟁 부문도 다녀왔다. 그때부터 조금씩 해왔다. '당신의 부탁'도 그렇고 앞으로도 요런 행보는 계속하고 싶다. 그렇지만 여전히 천만 영화를 못 해봤기 때문에 그런 쪽에 대한 열망과 욕심과 간절함 같은 것은 분명 있다.

 

요즘은 배우들도 프로듀서와 기획을 하는데 생각이 있나?

ㄴ 그게 좋은 것 같다. 주변에서 가끔 물어본다. 너도 기획하고 제작하라고. 근데 나는 극영화 연출은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자리인지 아니까. 오히려 다큐멘터리 쪽은 관심 있다. 제작이나 기획, 참여, 출연하다가 감독이 너무 안 구해지면 한번 연출도 해보고 싶다. 연출부터 해볼 생각은 없고 기획이나 프로듀싱 쪽으로 관심이 있긴 한 거 같다. 하고 싶은 게 선명해지면서 확장시키다보니 예전보다는 바쁘고 부지런해지긴 했다. 활동적이 됐지만, 기본 성향은 게으르다. 기본 성향이 집에서 영역 동물인 고양이처럼 구석에 박혀서 공간에서 가만히 모든 걸 다 하는 걸 좋아한다. 개도 됐다가 고양이도 됐다가. 다큐 관련된 일이라든가 내 이름으로 쇼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 호스트가 됐든 게스트가 됐든 다른 형태로 해보고 싶다.

올해 계획은?

ㄴ 올해 나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책을 하나 출간하는 건 꼭 하고 싶다. 그냥 사실 잘 얘기하고 서로 마음에 들어 하는 출판사랑 얘기는 하고 있는데 글 작업이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에세이 장르는 확실하고 어떻게든 올해는 넘기지 말아야지 하면서 해보려고 한다. 영화 관련은 아니고 나에 관한 얘기, 내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나이의 여성으로, 배우로서, 그렇게 될 것 같다. 어서 계약해서 입금을…(웃음)

pinkcat@mhnew.com 사진ⓒ 명필름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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