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고 대수비 심영균 결승타, 신일고 1학년 이용준 '6이닝 노히트'

▲ 신일고 신철인 투수코치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는 1학년생 이용준.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언더독(Underdog)'이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람, 혹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아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재주가 많은 사람들도 성공에 이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한 번 기회를 잡은 언더독이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마련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닌 셈이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 1군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여 급작스럽게 콜업된 선수가 1타석, 1이닝을 책임지기란 쉬운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러한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다시 2군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작은 기회나마 잡은 선수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으면, 흔히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교야구에서도 간혹 발견된다. 특히, 투구수 제한 규칙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보다 많은 투수들이 등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현 시점에서 저학년 선수가 갑자기 주목을 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승부치기와 같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대타/대수비로 나온 선수가 경기를 끝낼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21일 목동 경기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여 보는 이들이 감탄을 자아낸 바 있다.

포수 대수비로 나선 2학년생 심영균,
시즌 첫 안타/타점을 결승타로!

첫 번째 경기는 서로 엇비슷한 전력을 지닌 배명고와 선린인터넷고의 일전이었다. 선린인고가 앞서가면, 배명고가 따라잡고, 선린인고가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싶다가도 배명고가 발목을 잡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발견되면서 꽤 흥미롭게 경기가 진행됐다. 결국 양 팀은 10회 연장 승부치기까지 감수해야 했다. 먼저 공격에 나선 선린인고는 상대 폭투와 2루수 실책에 편승하여 대거 4득점하는 등 8-4로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바꿔놨다. 이대로라면, 9회 말 무사 3루 상황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던 배명고가 두고 두고 아쉬워할 장면이 연출될 뻔했다.

그러나 배명고 역시 4번 김혜성이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만드는 동점 2루타를 만드는 등 손쉽게 상대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시점에서 또 다시 스퀴즈에 실패, 9회 무사 3루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 싶었다. 바로 이 시점에서 타석에 들어 선 주인공은 포수 대수비로 나온 심영균. 올해 이렇다 할 출장 기록도 없었던 2학년생이었기에 큰 기대를 걸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대로 다시 승부치기를 준비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바로 그 순간, 심영균이 친 타구가 좌익수 방면으로 날아갔다. 좌익수가 전진 배치해 있었지만, 조금만 더 움직이면 잡힐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타구가 생각보다 길게 뻗어가면서 좌익수 키를 넘겼다. 이에 주자가 홈을 밟으며 그대로 끝내기 결승타가 됐다. 생각지 못한 결승타에 80명 가까운 야구부원들이 기쁨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심영균은 대수비로 나서면서 시즌 첫 안타/타점을 끝내기 결승타로 만들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경기 직후 만난 심영균은 "생애 처음으로 친 결승타였다."라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시즌 첫 타석에서 첫 안타와 첫 타점을 동시에 기록했으니, 그 기쁨이 배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는 한편, "앞으로 꾸준히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오늘 수비 실수도 있었는데, 그것도 꾸준히 연습해서 만회하고 싶다."라며, 소박한 꿈을 밝히기도 했다.

집중력 높은 덕수고 타선을
노히트로 봉쇄한 주인공이 1학년?

배명고 vs 선린인고전 이후 열린 3번째 경기는 덕수고와 신일고의 대전이었다. 비록 주말리그라 해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던 양 팀의 일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 흥미로웠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덕수고가 근소한 우위에 있었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지력 리그전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알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1회 초 공격에 나선 신일고는 상대 투수 권휘를 1이닝만에 내리며 2득점, 초반 승부를 잡은 데 성공했다. 2회에도 바뀐 투수 김동혁으로부터 점수를 내는 등 무패행진을 펼친 팀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장면은 타선이 아니라 마운드에서 발생했다.

신일고 정재권 감독이 선발로 내세운 이는 우완 이용준이었다.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한 1학년생이었지만, 지난 8일 열린 선린인고전에서는 고교 데뷔 첫 승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일단 5이닝 정도만 막아준다면 자기 몫은 다 한 것으로 봐도 좋았다. 그런데 이제 갓 고교 무대에 오른 이 1학년생은 끈끈한 집중력을 자랑하는 덕수고 타선에 6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사구만 5개를 내어주었을 뿐이었다. 6회를 마친 시점에서 투구수가 90개를 훌쩍 넘겼지만, 노히트노런과 같은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면 투구수 제한 규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 신일고 이재광(사진 좌)-이용준(사진 우) 듀오는 덕수고 타선을 8이닝 1피안타로 틀어막았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러나 신일고 정재권 감독은 신입생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7회가 들어서자마자 3학년 사이드암 이재광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쯤 되면 덕수고 타선도 분위기를 반등시킬 법했지만, 7회에도 무안타를 기록하면서 다소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만약에 8회 말 공격서 대타 정호준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면, 8이닝 노히트 경기를 펼칠 뻔했다. 이후 신일고는 9회 말 마지막 수비서 에이스 김이환을 투입, 3안타를 허용하면서도 마지막 타자를 병살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주말리그에서 꽤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경기 직후 만난 이용준-이재광 듀오는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 프로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라며 입모아 이야기했다. 특히, 아직 신입생인 이용준은 최동현(두산)의 신일고 1학년 시절을 재현하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을 기대해 볼 만하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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