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17경기에서 1안타. 기량이 아닌 마인드의 문제

▲ 롯데 지명 이후 모교를 찾은 나종덕(사진 좌). 그가 직접 '포스트 나종덕'으로 지목한 김현우(사진 우)는 NC 1차 지명 후보로도 올려져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올시즌에는 프로야구에 유독 많은 신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 이정후(넥센)가 1년차(순수 신인)로는 아주 오랜만에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에는 아예 정규 멤버로 자리를 잡은 신예들이 더욱 늘어나는 모양새다. 10년 전, 9~10살의 어린 나이로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 장면을 보면서 선수의 꿈을 이어간 '베이징키즈 1세대'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인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 순수 신예들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신인자격을 갖춘 2년차 선수들도 '시나브로' 본인의 재주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 윤성빈의 경우 5경기에 나서며 1승 1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중이다. 25이닝을 소화하면서 삼진을 무려 28개(리그 9위)나 잡아낸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지난해 재활에 몰두한 이후 올해 첫 선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당 5이닝을 소화해 주는 장면은 보통 신예의 모습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다.

한때는 '마산용마'의 괴물 포수.
투수도 겸업했던 청소년대표, 나종덕 이야기

그러나 롯데 신예에 윤성빈과 한동희(3루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보상 선수로 데려 온 나원탁도 있고, 그와 함께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는 신예도 있다. 2년차 나종덕(20)이 그 주인공이다. 강한 어깨와 빼어난 장타력을 갖추며, 2016년 당시 그 어떠한 고교 포수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였다. 그래서 그가 1라운드에서 롯데에 지명받았다고 해서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1차 지명 대상자에도 NC가 김태현과 함께 나종덕을 영입 후보로 올려놨기 때문이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나종덕은 "대범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했지만, 적어도 고교 시절에는 이러한 인터뷰 내용과는 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늘 자신감에 차 있었고, 실수를 해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료들을 다독였다. 될성부른 그의 모습은 이미 중학 시절에도 유명하여 각 학교에서 장학금 쟁탈전까지 벌였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1학년 때부터 라인업에 포함되었던 것은 그래서 당연한 순서였다.

강한 어깨로 인하여 잠시 마무리 투수로도 외도(?)를 했던 나종덕은 유쾌한 고교생이었다. 2016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당시에도 이정현(KT)고 함께 중심에 서 있었고, 그 해 열린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도 오른손 4번 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경남고 문상인(KT), 배재고 이재용(NC), 대구상원고 박민호(경남대)와 함께 2016 고교 포수 4천왕 시대를 열었으면서도 이들 가운데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역시 매우 당연했다.

롯데 지명 당시만 해도 베테랑 강민호의 존재가 커 2~3년 정도 기다림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다만,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한 강민호가 팀 이적이라는 깜짝 선택을 하면서 그에게도 꽤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온 셈이었다. 필자 역시 시즌 전, '이제는 레귤러로 뛸 기회가 많으니, 자신 있게 해 보라.'라는 격려 인사를 보내면서 선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많은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17경기에 나서면서 다양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험을 쌓고 있다. 팀 성적과 안방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롯데 입장에서는 포수 트레이드도 고려해 봄직 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0.032(31타수 1안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기량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큰 무대에서 예상보다 일찍 기회를 잡다보니, 아직 본인이 가진 재주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포수/타자로서의 하드웨어가 상당히 빼어난 만큼, 어느 한 순간 물꼬를 틔워주면 기본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향후 언젠가 '나종덕 데뷔 첫 홈런'소식이 대거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eugenephil@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