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005년 데뷔, 어느덧 연예인 생활 횟수로만 12년이나 되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세월동안, 그는 참 파란만장한 모노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왔다. 영화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면 곧바로 나쁜 일이 벌어지듯, 산뜻한 데뷔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난을 맛보았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걸어왔다. 그렇게 대중의 기억에서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한동안 소식이 잠잠해졌을 때 무렵인 2017년 10월 27일, 국내 대표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TV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연예인 신분에서 개인 인터넷 방송은 도박과도 같은 모험인데, 다행히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동안 그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은 하나둘씩 사라졌고, 시청자들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호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바로 강은비의 이야기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하여, 문화뉴스는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강은비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새해가 되기 앞서 지난 12월 말, MHN 미디어센터에서 만났던 배우 강은비는 인터뷰 도중에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꺼내며 한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가는 듯 했다. 참으로 좋은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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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서야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전에는 무얼 하고 지냈는가?
└ 아프리카TV 하기 전에 라디오 형식의 인터넷 방송을 1년 정도 했다고 했다. 300시간 가까이하면서 인터넷 문화라는 것을 배웠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중간에 소속사를 나오게 되면서 인터넷 방송 또한 종료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른 작품에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해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대형 기획사와 신인의 조건으로 들어가기로 이야기까지 나눴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회사에서 시키는 것만 했을 뿐인지, 혼자서 일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혼자 일어서는 법을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아프리카TV를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기에, 많아 봐야 100명 정도 시청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훨씬 더 많은 숫자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연예인 신분에서 방송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홀로서기 목적도 있었지만,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못 간다. 대중교통까지는 이용할 수 있지만, 홍대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알아본다는 시선을 느끼는 순간부터 힘들어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면서 답답하고 어지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땅만 보고 걷게 되는 안 좋은 습관까지 얻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던 중, 외국 연예인들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방송하는 걸 발견했다. 이런 것들을 보며, 연예인은 왜 개인방송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심정으로 과감하게 아프리카TV에 뛰어들었다. 아프리카TV가 설치하기도 쉽고 방송하기도 쉬워서 택했던 것도 있었다.

▲ ⓒ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2017년 10월 27일, 당신이 처음으로 방송했던 날이다. 첫 방송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었다고 들었는데, 기분이 어땠나?
└ 솔직히, 이게 무슨 기분인지 설명하기 힘들 만큼 잘 모르겠다. 시청자들로부터 실시간 피드백이 오니까 연예계 처음 데뷔했을 때와 느낌이 매우 달랐다. 다른 세계 같았다. 그리고 나를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알아봐서 놀랐다. 첫 방송 이후, 밥을 일주일 가까이 제대로 못 먹었다. 먹방을 준비해야 하는데 몸까지 아팠다.

당신의 방송을 보면, 다른 BJ들과 달리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응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응하더라.
└ 시청자들도 그 점에 대해 "왜 다 읽느냐"며 불편하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동안 사람이 없었던 곳에서 방송했던 습관 때문인지, 소통하는 방송이기에 전부 답하는 게 맞다고 느꼈다. 어떤 이들은 똑같은 걸 물어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욕할 수도 있지만, 전부 답하는 게 인터넷 방송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일이 대응하다가 과부하가 걸리는 때도 종종 있지만, 그들도 자기 시간 쪼개면서 내 방송에 들어오니까 최대한 대답해주려고 노력한다.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종종 기분 상하게 하는 악성 댓글을 다는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청자들을 차단하거나 강퇴하지 않는 것 같은데?
└ 심각해지면 시청자들을 위해 채팅방 사용 일시금지정도로만 끝낼 뿐이지, 될 수 있으면 차단이나 강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그동안 차단했던 시청자들도 지금 다 해체해서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현재 블랙리스트에 한 5명 정도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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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동안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악플에 많이 시달렸던 걸로 안다. 아프리카TV 방송할 때도 악플을 마주칠텐데, 심적으로 힘들지 않은가?
└ 다행히 내 성격이 단순해서 금방 잊는 편인데, 어느 순간 생각날 때도 있다. 특히, 잘 때 생각난다. 나도 사람인지라 보면 상처를 받지만, 내가 선택한 직업 자체가 인터넷 방송이 아니어도 욕먹게 되기에 모두가 날 좋아할 수 없다. 유명한 사람들도 대부분 안티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한테는 안티팬과 악플은 어떻게 보면 숙명인 것 같다. 가끔 방송할 때 접하면, 나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욱하기도 하는데, 있는 그대로 반응하기가 조심스럽다.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이 관심을 끌고자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가장 참기 힘든 건 성적 비하 발언이다.

성적 비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웬만하면 채팅창을 캡처해 고소하고 싶진 않은데, 얼마 전에 심하게 화나는 일이 있었다. 과거에 내가 출연했던 '어우동: 주인 없는 꽃'에서 노출 장면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람이 있는데, 도무지 용서할 수 없더라. 게다가 영상물을 저작권 없이 편집했기에 형사고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본인 IP까지 당당하게 드러나면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 민감한 질문인데,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이 당신의 노출 장면으로 많이 알려져 당신에 게 이상한 이미지가 쌓였던 것 같다. 대본을 처음 받을 때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 극 중에서 노출은 딱 한 번 한 것인데, 많이 오해하는 것 같다. 심지어 데뷔작인 '몽정기 2'에선 단 한 번도 노출한 게 없음에도, 영화 제목 자체가 성적인 내용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섹시' 이미지가 쌓이게 되었다. 그 이후 섹시 코미디 장르 작품에 참여하다 보니 그렇게 오해받았다.

'어우동: 주인 없는 꽃'도 제작비가 적은 영화라 나한테 오게 되었다.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본을 읽었을 때는 노출 장면은 단조롭게 언급되어 있었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행위 자체도 약할뿐더러 요즘 나오는 야한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도 심하지도 않았다. 감독님 또한 배우가 싫다는 걸 원치 않으셨다.

하지만 이름 자체가 '어우동'이고 다른 수위 높은 야한 장면들과 따로 짜깁기되다 보니 그렇게 오해받게 되었다.

▲ ⓒ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그리고 '어우동: 주인 없는 꽃'으로 한때 '발연기' 논란도 있었다. 그 이전 작품들에서는 제법 좋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 작품에서 낙인찍혔던 게 속상하진 않았나?
└ 발연기를 했던 이유는 사극임에도 예산이 적어서 촬영 기간이 한 달도 안 됐다. 그리고 한 달 내내 우는 연기를 펼쳐야 했다. 온종일 그렇게 찍으니까 망나니가 진짜 날 쫓아와 죽일 것만 같았고, 계속 옷에 피를 묻히고 있으니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다른 훌륭한 배우들이 내 역할을 했다면 정신적으로도 다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좋은 평을 받았던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때는 같이 출연했던 선배님들이 좋은 연기를 펼치셨기에 자연스레 보고 배우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그래서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웹드라마든 연극이든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연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차근차근 다지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현재 아프리카TV 방송을 하는 와중에도 작품 제의가 들어오지만 전부 다 야한 영화 위주라서 거절하고 있다. 이런 걸 견뎌내야 예전의 강은비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화 人] 강은비 "좋아하는 축구, 중계 도전하고파" ② (단독인터뷰)로 이어집니다.

syrano@mhnew.co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Eagle.lee 
피디 : 임우진 
에디터 : 석재현 
포토 : 서정준 
한복 : 꼬레아노(COREANO) 
장소 : 핑크하우스, 댄디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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